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한파 등에 따른 극심한 자금경색으로 인해
흑자도산이 속출했던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건설및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건설업체들의 도산이 가장
심각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기업평가는 9일 지난해 부도를 낸 3백17개 기업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 흑자를 내고도 쓰러진 기업이 2백3개사에 달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부도기업의 64%가 흑자도산한 셈이다.

지난해 흑자도산이 많았던 것은 장기투자의 대부분을 단기차입에 의존,
IMF한파로 자금경색이 심화되면서 자금난을 이기지 못한 때문으로 분석됐다.

또 경기침체에 따른 매출감소로 수익성이 악화된데다 고금리 등으로
인한 금융비용이 급증한 것도 기업의 도산을 부채질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의 부도율이 8.87%로 가장 높았다.

도소매(7.08%) 제조업(6.27%)의 부도율도 전체 평균치(6.12%)를 크게
웃돈 것으로 분석됐다.

매출액면에서는 규모가 클수록 오히려 부도율이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 규모가 1천억~1조원인 업체의 부도율은 5.22%에 달했다.

반면 매출액 1백억원이하인 중소기업의 부도율은 3.87%에 그쳤다.

다만 매출액이 1조원이상이 대기업의 경우 부도율은 2.91%로 다소 낮았다.

한기평은 매출격감에 따른 재고과잉을 겪고 있거나 운전자금등의 부족으로
단기차입금이 과도한 업체들의 경우 부도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박영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