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열리는 제1백90회 임시국회는 파행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여야가 임시국회 회기와 안건조차 합의하지 못한 상태라 이미 공전이
예고돼 있다.

게다가 임시국회에 임하는 여야의 입장은 전혀 다르다.

이번 임시국회를 소집한 한나라당은 "의제"를 단한가지로 잡고 있다.

지난 2일 중단된 김종필 총리 임명동의안 표결을 마무리하면 된다는
것이다.

개표를 실시해 그 결과에 따르든지 김총리서리가 자진 사퇴하는 길만이
정국경색을 푸는 방안이라는 얘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마지못해 임시국회에 응하는 분위기다.

야당 단독으로 개표하는 것을 막기 위해 할 수 없이 등원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이왕 국회가 열리는 만큼 이번에는 총리임명동의안 투표를
무효로 처리하고 재투표를 해야한다는게 여권의 확고부동한 입장이다.

여당측은 또 6월4일로 예정된 지방선거 출마희망자들의 공직사퇴시한이
6일인 점을 감안, 지방자치법을 개정해 사퇴시한을 1개월 늦추고 추가경정
예산안도 가능하면 처리해보자는 방침이다.

여야의 이같은 계산은 당장 임시국회 첫날부터 차질이 예상된다.

한나라당은 개회식 직후 곧바로 김수한 국회의장으로 하여금 투표재개를
선언한뒤 지난 2일 투표를 하지 못했던 의원들에게 투표토록 종용한 다음
투표종료선언에 이어 개표에 들어간다는 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이에대해 단상점거 등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회의
진행을 원천봉쇄한다는 방침이어서 개회선언이 이뤄질지조차 불투명한 상황
이다.

여야간 정치적 절충가능성도 높은 편은 아니다.

한나라당은 여권에서 "의원빼내기" 등 인위적 정계개편을 하지않겠다는
약속을 협상카드로 제시하더라도 총리서리문제만큼은 절충 대상이 아니라는
강경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나라당이 5일 헌정수호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9일 국회에서 총리
서리체제의 위헌에 대한 공청회를 가지기로 한것도 같은 맥락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권은 김총리서리문제가 매듭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국정운영이
어렵다는 인식은 하고 있으나 아직 뾰족한 대야 설득책을 마련하지 못한채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선거법개정문제에 대해서는 후보조정작업이 끝나지 않은 여당측이
다급한 반면 한나라당은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측은 소속의원 가운데 출마희망자들은 이미 의원직을 던졌거나
사퇴시한인 6일중 물러날 것인만큼 굳이 법을 개정할 필요는 없다고 지적
하고 있다.

설혹 여당안대로 개정하더라도 사퇴시한을 1개월 늦추는 것이기 때문에
4월6일까지만 법을 개정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추경예산안의 경우도 정부조직개편 경제환경변화 등으로 정부와 여당측이
지난번에 냈던 안을 다시 뜯어고쳐야 하기 때문에 이번 회기중 심의 처리
하기는 물리적으로 어렵다는게 중론이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보면 이번 임시국회는 여야합의가 성사되지않는한
이날부터 30일간 매일오후 2시 본회의가 자동 소집됐다 유회되는 공전을
반복할 것으로 보인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