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께 표결로 처리키로 함에 따라 "장기간 국정공백"이라는 최악의
사태는 면하게 됐다.
김대통령은 여당의 총리인준 표결참여를 이끌어 내는 대신 조순총재는
대통령으로부터 야당의원 빼나가기를 않겠다는 확답을 받아내는 대타협의
산물인 셈이다.
박지원 청와대대변인은 27일 "김대통령은 오늘 회담은 상호인격을 존중
하면서 나라일을 걱정하는 회담이었다고 평가했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또 "오늘 회담을 통해서 조순총재에 대한 존경과 우정을
돈독히 했다"며 "야당총재로서 요구사항을 충분히 말했기 때문에 앞으로
여야관계에 도움되는 의의있는 회담이었다"고 덧붙였다.
김대통령은 이날 오찬회담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매우 표정이 굳어
있었으나 회담이 끝난뒤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고 박대변인은 전했다.
김대통령은 이에앞서 이만섭 국민신당총재와의 회동에서 "조순총재와의
회동에서 결론이 나지 않으면 28일 또는 내주 월요일 총리서리체제로
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보인 상태였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이만섭총재가 "고건총리하에서 새정부각료를
임명한뒤 서열 1위인 재경부장관으로 하여금 총리를 대행케 하면 좋겠다"는
절충안도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확고한 의지를 보였다.
국정공백이 지속될 경우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나쁜영향을 미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은 "무엇보다 경제문제가 급하기 때문에 더이상 기다릴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대통령은 이에따라 김종필 총리서리체제로 출범하는 문제를 적극 추진해
왔다.
이와관련 김중권 비서실장 박상천 원내총무 등 여권의 율사출신인사들이
헌법학자들을 대상으로 총리서리체제로 조각을 하는데 따른 법률해석에 대한
자문을 충분히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여소야대정국에서의 국정공백사태를 방지
하기 위해 국회차원의 제도개선도 적극 검토해 왔다.
김대통령이 서리체제를 구상한데는 국민여론이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는데도
힘입은 바 크다.
여권은 그러나 이러한 강경책과 함께 조순총재등 야권의 지도부와 끊임없는
물밑접촉을 시도하는등 강온양면 전략을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이날 이만섭총재와이 조찬회동이 끝날때까지만 해도 초긴장상태가
지속되던 청와대비서실은 11시에 김중권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
에서 조심스런 낙관론이 나오기 시작했다.
박지원 대변인은 수석비서관회의 결과를 설명하면서 "물밑접촉을 시도한
결과 의외로 좋은 결론이 나올수 도 있다"며 기류변화를 암시했다.
이와함께 여권에서는 국민회의 지도부인사가 한나라당 지도부와 영수회담과
관련, 상당한 교감을 가졌으며 합의문까지 발표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이
나돌았다.
한편 이날 김대통령이 "야당이 반대할 수도 있지만 정정당당하게 투표하는
것이 순리"라고 강조한 것은 정당한 절차에 따른 투표가 이뤄질 경우 승산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한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날 회동에서는 조순총재는 대통령으로부터 야당의원을 빼나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아내 제1야당이 정계개편의 회오리에 내몰리는 최악의
악몽에서는 당분간 벗어나게 됐다.
또 대통령과 야당총재들과 월례회동을 성사시킴에 따라 여야총재간의 대화
통로도 더욱 넓어지게 됐다.
<김수섭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