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놓고 사업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 줬으면"

김대중대통령의 "국민의 정부"에 거는 재계의 바램은 이 한마디로 압축된다.

크게 보면 정치논리나 관치금융으로부터 자유롭게 해달라는 것이다.

또 외국인보다 못한 역차별을 받는 일이 없도록 제도를 정비하라는 뜻도
담겨 있다.

비협조적인 은행 때문에 원자재를 수입 못해 수출을 포기하는 기업이 다시
생겨나지 않도록 해달라는 요구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새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재계가 거는 기대는 각별하다.

김대통령이 조기에 역동적인 기업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에서다.

물론 초기엔 의미전달등에서 약간의 혼선도 있었다.

그러나 이미 지난 2개월여의 당선자 기간을 거치며 재계는 새대통령의
역량을 충분히 확인할수 있었다는 반응이다.

시장경제주의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고 기본적인 기업관도 긍정적이란게
재계의 평가인 셈이다.

취임식에 참석했던 모그룹 총수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경제위기 극복의
최전선으로 내보내겠다는 의지를 보인 취임사가 인상깊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대통령이 기업 개혁작업을 지원하기 위해 앞장서 관련법과 제도를
정비하기 시작하면 경제위기 극복 노력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제단체들은 이런 기대감에 더해 많은 주문들을 쏟아냈다.

경제난국을 극복할 수 있는 비전과 활로를 제시해 달라는 것이 골자다.

경제단체들은 이를 위해선 정부 개입이 자제돼야 하고 멀리 내다보는 정책
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많은 업체들이 부도위기에 몰려있는 중소기업과 무역업계의 주문은 보다
구체적이었다.

기협중앙회는 "산업구조를 중소기업위주로 개편해 "위대한 중소기업의
시대"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고 논평을 냈다.

기협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이 하나 부도나면 하청업체들은 수백개가
쓰러진다"며 중소기업을 보호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무역협회는 수출기업들이 자금압박을 견디지 못해 수출저변이 매우 취약한
실정이라며 금융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런 가운데 일부의 우려섞인 당부도 적지 않았다.

특히 경제정책의 일관성 유지에 대한 주문이 많았다.

모그룹 관계자는 "정부정책이 오락가락하면 기업은 예측력을 잃고 만다"고
지적했다.

집권초기의 과욕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조남홍 경총 상임부회장은 "김대통령은 장기적 정책을 수립해 퇴임후에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 돼달라"고 강조했다.

재계는 어쨋든 지난 2개월여의 권력교체기가 이날 김대통령의 취임식으로
끝난 것을 의미있게 보고 있다.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전국민적인 노력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기업들은 총력수출체제로 조직을 바꿔 무역
흑자구조를 조기에 정착시켜 나가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정부가
과거의 관료주의와 기득권을 과감히 깨고 새바람을 불어 넣어 주면 우리
경제는 눈에 띄게 빠른 속도로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영설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