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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화합의 소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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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조의 성종은 남달리 그림을 좋아했다.

    그래서 그는 중국의 역사상 이름난 현군과 현비, 또 즉위초에는 현명했으나
    말기에는 암군이 된 임금들의 이야기를 그린 3개의 병풍을 만들어 늘
    가까이 두고 현군의 길을 본받고 암군의 행적을 경계로 삼았다.

    그중 지금은 남아있지 않지만 10폭으로 꾸며진 명군병에 "대우도"가 끼여
    있었다는 사실이 "성종실록"에 실려 있다.

    "대우도"에는 대궐밖에 종 북 석경등 다섯가지의 악기를 매달아 놓고
    만백성의 의견을 들어가며 정사를 처리했다고 해서 "오음정사"로 더 잘
    알려져 있는 우왕의 이야기가 그려져 있었다고 한다.

    기록에 따르면 우왕은 한번 밥먹을 동안에 여남은번씩 일어나고 목욕하는
    동안에도 서너번씩 머리를 움켜쥐고 나가서 백성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혹 밖에 나가서 죄인을 보면 수레에서 내려
    사연을 물으면서 눈물까지 흘렸다는 이야기다.

    "성군인 요.순때 사람들은 모두 임금과 같은 마음을 가졌었는데 내가
    임금이 된 뒤에는 내 마음과 사람들의 마음이 각기 다르다"는 것이 그가
    슬퍼한 이유였다고 한다.

    그는 이처럼 "화합"을 중시하며 백성을 존중하고 사랑한 "백성의
    임금"이었다.

    조선조의 신문고제도도 앞서말한 우왕의 오음정사에서 유래된 것이다.

    한편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지만 오늘날에도 청와대 앞에 큰 북을 걸어놓은
    대고각이 있다는 것은 퍽 흥미로운 일이다.

    어제 열린 제15대 대통령 취임식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더 이상 무슨 도
    정권이니, 무슨 도 차별이니 하는 말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소외된 사람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한숨짓는 사람에게 용기를
    북돋워주는 "국민의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21개의 시.도에서 가져온 흙과 물로 "화합의 소나무"를 심고
    국민화합 대행진 행렬에 앞장섰다.

    이번에는 정말 동서남북으로 갈리고 찢겨진 국민들이 대화합을 실현해
    난국을 헤쳐갈 수 있어야 할텐데...

    전설같은 4천여년전 우왕의 이야기를 들먹이는 까닭도 그런 바람이
    간절하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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