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정부의 국무총리로 지명된 김종필 명예총재는 23일 인준문제를 둘러싼
여야의 첨예한 대립으로 인한 부담감 때문인지, 다소 어두운 표정이었다.

총리인준과 새정부 조각인선에 대해 "아무리 질문해 봐야 소용없다"며
손을 내저으며 선문답으로 일관했다.

총리지명이 공식 발표된 후 변웅전 대변인이 기자간담회를 권유하자
"지금이 그럴 때냐"고 거절했다.

총리인준문제와 관련, 한나라당을 자극하는 어떠한 행위도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 김명예총재의 생각인듯 했다.

-조각은 어떻게 되는가.

"조각 얘기는 하지 마라.

난 오늘 아무얘기도 않겠다.

앞으로 내입에서 나오지 않은 얘기는 취급하지 말아 달라"

-의중에 두고 있는 분이 내각에 함께 들어가는가.

"..." (침묵)

-한나라당의 자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평가는 여러분이 해달라"

-답답하지 않나.

"그 소감을 한나라당에 가서 얘기해 달라"

-과거 총리 재임시절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하도 오래된 일이라 되짚어 봐야 안다"

-총리라는 직책이 어떤 자리라고 생각하는가.

"잘 아는 사람들(한나라당)이 여러 소리를 하던데 거기 가서 물어봐라"

-소감을 한마디 말해 달라.

"어떤 성질의 발언도 안하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아직 말할 때가 아니다"

-김용환 부총재의 거취는 어떻게 되는가.

본인은 당에 남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던데.

"나도 모르는 일이다"

-오늘 "DJT" 회동에서 인사를 확정하는가.

"알고 싶은 것이 많겠지만 아직은 말할 때가 아니다"

-한나라당에서 구시대 인물이라고 비난하는데 어떻게 생각하나.

"그보다 더 한말도 하더라.

좋고 나쁘고 할 것 없다.

모두 그러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김태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