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시장의 불황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는 국내 진출 외국 컴퓨터업체들
이 잇따라 해외 본사로부터 차관을 도입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휴렛팩커드(HP) 한국쓰리콤 등은 최근 본사로
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대규모 차관을 유치키로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외에 한국후지쯔 한국IBM 한국유니시스 등도 환율폭등과 국내 금리상승
매출부진 등으로 불어난 금융비용과 운영관리비용 등을 해결하기 위해 본사
에 차관도입 의뢰를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 12월16일 정부가 외환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규제해
왔던 해외 현금차관도입을 전면 허용한데 따른 것이다.

한국HP(사장 최준근)는 내달부터 1년간 순차적으로 미국 HP본사로부터
1억달러(약 1천7백억원)상당의 차관을 3년만기 상환에 리보금리+0.8%의
좋은 조건으로 도입키로 최근 계약했다.

한국HP는 도입한 자금을 컴퓨터 수입대금결제나 현지법인 운영관리부문 등에
사용할 방침이다.

한 관계자는 "도입조건이 좋고 본사가 한국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지원의사
를 밝히고 있어 추가 도입도 가능하다"고 밝혔다.

네트워크 장비공급업체인 한국쓰리콤(사장 김충세)도 최근 본사에서 3년
만기 상환에 연리 5.84%의 조건으로 1천4백만달러의 차관을 들여오겠다고
재정경제원에 신청했다.

이 회사는 또 앞으로 생산공장 설립을 위해 본사의 직접투자를 유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후지쯔도 규모는 밝히지 않았으나 현재 본사측과 현금차관 도입문제를
논의중에 있으며 내달께 결론이 날 것이라고 밝혀 차관도입가능성을 시사
했다.

이외에 한국IBM 한국에이서 등도 운영자금 도입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중
이라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들은 "컴퓨터시장의 불황이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고금리의 국내 금융자금보다 좋은 조건으로 제공되는 본사 자금을 도입
하려는 해외 현지법인들의 수가 계속 늘 것"으로 전망했다.

<박수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