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음제도 및 어음할인제도가 도입된 취지는 자금흐름을 원활히 하여 기업
특히 중소업체의 자금난을 도와주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제도가 시행되면서 여러가지 부작용을 야기하였으며 특히
연쇄도산의 직접적 원인이 되고 있어 근본적으로 재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첫째 어음제도 및 할인제도가 없을 경우 현금거래를 하거나 신용으로
거래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그 회사의 부담능력 범위내에서만 납품내지 거래가 가능하게 돼
일종의 자동제어장치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그러나 많은 하청.납품업체들이 어음할인으로 현금화, 유동성이 원활해지자
이것이 마치 현금결제와 다를 것 없다는 착각에 빠져 무분별하게 매출을
확대시켜온 것이 현실이다.

둘째 어음제도로 인하여 어느 한 회사가 부도나면 도미노현상처럼
하청업체나 납품업체가 줄줄이 쓰러지는 폐단을 야기시켰다.

만일 어음제도가 없다면 신용거래를 하더라도 그 회사의 능력범위내에서
이루어졌을 것이고, 따라서 어느 업체가 도산하더라도 도미노현상처럼 줄줄이
쓰러지는 불행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셋째 종금사가 무분별하게 제공한 여신의 책임은 은행이 떠안는 구조적
모순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넷째 중소기업의 유동성을 도와주기 위한 이 제도가 궁극적으로는
그 혜택이 대기업에 전적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으로부터 납품받고 제공하는 어음 결제일을 한 두달만
늘리면 그 자금들이 모두 대기업으로 들어가 대기업을 도와주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삼봉 <경기 성남시 분당구 분당동>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