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의 해외사업 구조조정이 본격화되고 있다.

현대전자의 심비오스 매각은 바로 이같은 구조조정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풀이된다.

IMF시대를 맞아 기업들의 외화확보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면서 앞으로
이같은 해외에 투자한 기업의 매각이나 철수 통합등이 매우 활발해질 전망
이기 때문이다.

이는 또 그동안 해외투자 확대에만 익숙해진 기업들이 이제는 매각 철수 등
축소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아울러 이같은 매각이 당장의 외화획득에는 도움을 줄지 몰라도 첨단기술과
시장확보 등 중장기 전략에는 차질을 빚을수 있다는 우려 역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 왜 구조조정에 나서나 = 외화자금확보가 가장 큰 이유다.

김영환 현대전자사장도 심비오스로직을 매각은 "미국 유진의 메모리반도체
공장 투자자금확보와 미국 현지법인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한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삼성전자의 자금담당 임원은 "국가부도위기는 넘겼다고 하지만 개별
기업들의 외화확보난은 별로 달라진게 없다. 돈이 되면 어떤 일도 해야 할
판"이라며 기업이 처한 어려움을 소개했다.

수출확대 한계사업철수도 필요하지만 당장 큰 돈이 되는 것은 역시 사업
매각이다.

따라서 외환위기로 큰 어려움을 겪는 국내기업들의 해외사업매각과 철수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또 원화가치 절하와 국내실업자 급증으로 해외투자법인 운영의 이점이
점차 사라지고 있는 것도 해외사업철수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

<>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 삼성전자는 지난 1월초 화합물반도체업체인
미국의 SMS사를 와트킨스존슨사에 1천만달러에 매각했다.

또 몇몇 해외공장을 매각키로 하고 원매자를 찾고 있다.

LG전자는 연산 20만대규모의 이탈리아 냉장고공장과 연산 40만대규모의
독일 보름스 VTR공장을 철수하고 최근 부지와 설비를 매각했다.

브라질 마나우스복합단지와 상파울로 공장을 통합 운영하는 구조조정에도
나서고 있다.

현대전자는 이번 심비오스로직 매각외에 소규모회사인 오디움사와
이미지캐스트사도 이미 처분했다.

이밖에 서통은 미국의 공업용테이프업체인 ATG를 캐나다에 본사를 둔
IPG에 4천만달러에 매각했으며 삼성중공업은 영국의 굴삭기공장을 철수했다.

이들 업체 외에도 해외투자에 나섰던 기업들중 상당수가 해외사업구조조정을
극비리에 진행중이다.

매각내용이 확정되기 전에 알려지면 종업원과 거래처의 동요는 물론 매각
대금하락 등 피해를 볼수 있어 물밑에서 작업을 벌이고 있다.

<> 문제점은 없나 = 이번 심비오스로직 매각은 대단히 장사를 잘한
케이스다.

3억4천만달러에 사서 매각대금 7억7천5백만달러와 부채인도 1억달러 등 약
9억달러에 팔아 큰 차익을 남겼다.

하지만 타기업들도 제값을 받을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다급한 외환사정 때문에 서둘러 추진하는 사례가 많은 데다 외국기업이
한국의 사정을 최대한 이용, 값을 후려칠수 있어서이다.

게다가 상당수 해외투자기업의 경영이 아직 제궤도에 오르지 못해 적자를
내고 있는 상황이어서 문제는 심각하다.

<> 매각대상 = 해외투자가 후진국보다는 선진국에 편중돼 있고 당초 이들
지역에 진출한 목적이 무역장벽회피와 첨단기술확보에 있었던 만큼 무분별한
매각과 철수는 경쟁력확보에 타격을 입힐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이지평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따라서 외환사정과 해외투자기업의 수익 비용구조를 면밀히 파악, 과감한
결단을 내려야 하지만 단기적인 안목보다는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판단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낙훈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