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삼 대통령은 20일 청와대에서 퇴임을 앞두고 마지막 기자간담회를
가졌다.

김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지난 5년간의 소회, 앞으로의 계획, 문민정부에
대한 평가 등에 관해 나름대로 소상히 의견을 밝혔다.

-퇴임후 정치활동을 할 계획은 없습니까.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갈 것입니다.

정치활동을 할 생각은 전혀 없습니다.

내 나이 70이고, 정치도 일찍 시작했는데 그렇게 하는게 우리나라를 위해
올바른 일이라고 봅니다"

-문민정부 5년을 스스로 평가해 주십시요.

"평가는 먼훗날 역사에 맡기렵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돼 정말 꿈을 안고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로
취임했습니다.

5년을 보내면서 영광의 시간은 짧고 고뇌의 시간은 아주 길었습니다"

-지난 대선때 DJ 비자금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유보에 대해 말씀해
주십시오.

또 최근 검찰 수사결과 배재욱 사정비서관이 자료를 넘겨준 것으로
드러났는데 김대통령은 몰랐습니까.

"당시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의 비자금 사건과 관련, 검찰의 조사가
이뤄졌다면 이번 대선은 안됐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불행한 일이 됐을 것입니다.

검찰이 독자적으로 그런 결정을 내린 것은 아주 잘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가진 내 입장에서 무엇을 누구에게 전달할 수 있겠습니까.

나는 정정당당하게 사는 스타일입니다"

-재임중 가장 어려웠던 일과 가장 보람됐던 일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가장 어려웠던 일은 금융실명제 실시와 관련된 것입니다.

실명제를 한다는 사실이 새 나가면 경제혼란이 생기기 때문에 비밀리에
착오없이 단행한다는 것이 어려웠고 매우 고뇌했습니다.

또 30여년만에 지자제의 전면 실시를 단행하는데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제일 큰 보람은 지난 12월 대통령선거를 공정하게 치른 것입니다"

-외환위기에 책임이 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어떤 책임이 있다고 봅니까.

"그렇게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일이 없습니다.

당시 경제부총리, 경제수석을 비롯해 누가 나라가 잘못되거나 부도나기를
생각한 사람이 있었겠습니까.

외환위기와 관련해 대통령인 내게 책임이 있다는 것입니다"

<최완수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