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위앤둥(허원동) 대만중앙은행총재가 대만 CAL기 추락사고로 사망하자
대만 금융시장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만을 ''아시아 금융위기의 무풍지대''로 만든 것이 바로 쉬위앤둥 총재가
이끄는 중앙은행이었다는 점에서 그의 사망으로 중앙은행의 정책에 혼선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때문이다.

쉬위앤둥 총재는 아시아 금융위기 동안 통화가치보다 금리안정에 무게
중심을 뒀다.

그래서 외환시장에서 가급적 한발짝 물러서 있었다.

대만달러가 하락하는 것도 어느 정도 용인했다.

금리 안정을 위해서였다.

통화가치 안정을 위해 금리를 올리면 기업경영이 어려워지고 경제성장이
둔화될 것이란 판단때문이었다.

그 결과 대만달러는 지난해 여름이후 지금까지 20%정도 하락하는데 그쳤다.

하락률이 50~70%에 이르는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 비하면 안정권에 속한다.

성장률도 6.7%로 비교적 높게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쉬총재 사망후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바뀔 공산이 있다.

자딘 플레밍증권의 펀드매니저 그레이스 리는 "시장에 금리상승 우려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통화가치 안정에 급급한 정부가 대만달러 매입에 나설 경우 금리가 오르게
된다.

금리상승은 주가하락, 기업활동위축 등을 몰고와 경제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일단 "대만의 금융시스템이 안정돼 있고 외환보유고도 많다는
점에서 그의 사망이 금융시장에 미치는 충격은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이날 시장에서는 주가 및 대만달러의 급락사태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샤오완창 행정원장은 쉬총재의 사망소식을 접한후 내각에 "금융
시장 안정에 만전을 기하라"고 긴급 지시했다.

그의 위상이 어느정도였는지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 장진모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