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입학선물로 도서상품권이 인기를 얻고 있다.

IMF한파로 주머니가 얇아진 사람들 사이에 비싼 상품 대신 책을 선물하자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도서상품권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학부모와 교육관련 단체에서도 책선물 풍토가 자리잡고 있으며 졸업생
전원에게 도서상품권을 선물하는 학교도 등장했다.

이는 사회전반의 과소비 억제 분위기와 경기침체에 따른 알뜰바람을
반영하는 신풍속도.

졸업식 시상품을 사전이나 문구류에서 도서상품권으로 바꾼 학교가 늘어난
것도 수요폭증의 한 요인으로 꼽힌다.

도서상품권 발행업체인 한국도서보급 이명균 대표는 "이번주부터 주문량이
급증하기 시작, 11일에는 16만5천여장이 팔려 91년 창사 이래 일일판매량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예년의 성수기 주문량이 하루 10만장 안팎이던 것에 비해 폭발적인
증가세다.

이 회사는 전국 대형서점뿐만 아니라 개인 학교 단체의 구입요청이
쇄도함에 따라 입학시즌이 끝나는 3월초까지 일요일에도 영업하기로 하는 등
풀가동체제에 들어갔다.

13일 졸업식을 가진 서울 세화여중(이의연)과 세화여고(교장 오기순)는
졸업생들에게 "어려운 가운데서도 희망을 잃지 말라"며 도서상품권 9백장을
나눠줬다.

이날 서울 공릉동 위례상업고교(교장 전영진)도 1천4백6장을 졸업생들에게
줬다.

졸업선물로 도서상품권을 받은 학생들은 "그동안 시험공부때문에 읽지
못했던 문학이나 철학 책을 사겠다"며 "학용품보다 훨씬 값지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밖에 영신여자실업고(7백33장), 성일중(3백15장), 신양중(3백47장),
문성초등학교(2백56장), 서서울정보산업고(1백2장), 국악고(60장) 등이
도서상품권을 대량구매했다.

학교외에 대한사립중고등학교장회(3백장), 서울시설관리공단(8백64장),
도봉구청(1천장) 등이 단체구입을 요청하고 있다.

중고교졸업생을 둔 학부모들도 옷이나 화장품 등 비싼 선물 대신 "마음의
양식"으로 미래를 대비토록 격려하는 추세다.

서울 홍제동에 사는 주부 이선숙(47)씨는 "졸업하는 딸에게 대학입학때
까지의 공백기간을 책과 함께 보내라고 도서상품권 20장을 사줬다"고 말했다.

<고두현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