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부에 의하면 지난 1월중 임금교섭을 마친 1백인이상 45개 사업장의
평균 협약인상률이 총액대비 -0.1%로 집계됐다.

이같이 명목임금인상률이 하락한 예는 우리나라가 임금통계를 공식적으로
집계한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노동부는 IMF사태에 따른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회사를 살리기 위한
노사공동 자구노력이 확산된 결과라고 보고있다.

올해 임금인상률은 타결임금인상률 기준 8.0% 감소,실제 임금인상률
기준 1.7%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결과 실제-명목 임금인상률의 괴리는 전년도와 비슷한 6.3%포인트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노조의 최초 임금인상률은 1.9%증가, 사용자의 최초 임금인상제시율은
-1.9%로 전망되었다.

올해의 경우 공신력있는 한국은행이나 KDI의 경제전망이 발표되지 않았고
우리경제의 주요 거시경제지표는 IMF와의 협의를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경제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임금전망의 정확도가 떨어지리라는 점은 쉽게
짐작할수 있다.

협상 테이블에서 이루어지는 협약임금인상률은 물론 실제 임금인상률이
마이너스를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대량실업에 의한 실업률증가와 성장의
둔화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에서도 올해 예상되는 높은 실업률이 마이너스 임금인상률의 주된
요인인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의 경우 IMF체제의 경기침체하에서 직장안정과 임금인상간의
상충관계가 극명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는 두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는 현 경제위기 아래서는 대량실업이 예상되므로 이는 임금인상률을
낮추는 역할을 하리라는 점이다.

둘째는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임금인상률이 올라가면 실업률은 더욱
높아질 개연성을 시사한다.

과연 올해 노사가 예년과 같이 최초 임금인상요구율및 제시율을
공표할는지는 불확실하다.

한국경총은 간접적으로 올해 임금인상과 관련하여 총인건비 기준
20%감소를 제시한바 있다.

경총은 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하여 임금지침을 공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볼수 있다.

한국노총이나 민주노총의 입장에서 보면 올해 우리경제의 최대 이슈가
실업문제임에 비추어 볼 때 노조가 임금인상 요구율을 제시할지, 또는
그 수준이 어느정도 될지를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정부는 작년의 경우 노사간 자율교섭을 존중하여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았는데,이러한 기조는 올해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임금인상률과 타결 임금인상률간의 괴리가 올해에도 크게 나타나는
이유는 현재의 경제위기에 비추어 볼 때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사간의 고통분담의 일환으로 타결 임금인상률이 크게 낮아질
것임을 시사한다.

특히 구조조정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 근속연수가 길고
임금수준이 높은 관리직을 대상으로 하여 명예퇴직을 고용조정의 주된
수단으로 삼을 경우 기업의 총인건비감소율은 더욱 크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진행됨에 따라 해당 기업의 근로자수가 줄어들어
인력의 과다보유현상이 불식되고 구조조정의 성공적 수행으로 기업의
경쟁력이 높아질 경우 사후적인 성과배분이 이루어져 실제 임금인상률의
하락폭은 승급분(약2.4%)에 다소 미달하는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임금인상률은 적정임금 인상률수준을 밑도는 것이다.

구조조정의 핵심은 비교우위가 있는 사업분야를 선택하여 이 분야를
집중적으로 육성시켜 경쟁력을 강화시키는 것으로 볼수 있다.

따라서 만약 전략적 집중육성부문에서 인력의 과다보유가 해소되지 않는
한 해당기업의 국제경쟁력이 제고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임금이 앞의 전망치대로 하락한다 하더라도 고용의 감소분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간 우리경제의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한 몫을 차지한 것이
고인건비였음은 부인할수 없는 사실이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통화 재정긴축, 고금리 유지, 금융기관의 자기자본
확충이라는 고통스러운 IMF처방하에서 외환위기를 해소하고 국제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은 기업-금융 부문의 구조조정 촉진,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및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이라고 볼수 있다.

이러한 경제의 선순환을 통해 고용을 창출하고 나아가 "미래의 임금지불
능력"을 제고시켜, 노사가 같이 승리하는(win-win)임금교섭의 중요성을
노사 모두가 인식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