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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설] (13일자) 엎친데 덮친 파생상품 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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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환-금융위기로 가뜩이나 어려운 처지인 국내 금융기관들에 엎친데
    덮친 격으로 외국 금융기관과 맺은 섣부른 파생금융상품거래및 지급보증계약
    때문에 거액의 돈을 물어줘야할 위기에 놓여 있어 파문이 커지고 있다.

    서울지방법원이 지난 11일 SK증권이 보람은행을 상대로 제기한 1억8천9백만
    달러의 지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가시화된 이번 파생금융거래
    분쟁은 피해규모가 크고 투자결정이 신중하지 못했다.

    이밖에도 주택은행이 SK증권과 신세기투신에 각각 5천만달러씩을
    보증선 케이스가 있으며 장기신용은행 신한은행 국민은행 외환은행
    보람은행 등이 대한투신 한남투신 등 국내투신사와 증권사의 역외
    펀드조성때 지급보증을 선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대로 원금뿐만아니라 파생금융상품거래에서 발생한 손실까지 물어줄
    경우 주택은행이 부담해야 할 금액만 2억5천만달러에 달하는데 국내은행들이
    유가증권보관업무에서 얻어지는 보관수수료를 노리고 경쟁적으로 지급보증을
    섰기 때문에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우려된다.

    비록 많은 은행들이 지급보증에 상응하는 담보를 확보하고 있고 나름대로
    위험회피를 했다고 하지만 국부유출은 피할수 없다.

    뿐만아니라 파생금융상품거래가 부외거래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관련
    금융기관들이 쉬쉬하고 있어 정확한 현황파악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렇게 엄청난 파장이 우려되는데도 막상 해당 금융기관들의 의사결정은
    너무 허술했다는 점도 놀랄 일이다.

    지난 10여년간 엔-바트화의 환율이 안정적이었기 때문에 안심했다는
    변명은 설득력이 없다.

    파생금융상품이란 바로 그런 희박한 가능성의 위험회피를 목적으로
    고안되고 발달된 금융상품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파생금융상품거래의 기본을 무시하고 얼마간의 금리차익이나
    수수료를 노리고 공격적인 영업을 한 것은 백번 잘못이다.

    오랜 세월동안 국제금융업무에 종사해온 해외금융기관도 한순간에
    엄청난 손실을 입을 정도로 오늘날 국제금융상품은 매우 복잡해지고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는데 변변한 전문가도 없이 공격적인 영업을 벌인
    것은 처음부터 무모했다.

    뿐만아니라 위험한 거래를 상호견제하고 검토해줄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이번과 같은 피해가 되풀이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이같은 우려는 10여년전 광주은행이 선물환거래로 수백억원의 손실을
    입었고, 지난 95년에는 한사람의 외환딜러 때문에 유서깊은 베어링은행이
    파산한데서도 충분히 예고됐지만 결국 이번과 같은 사태가 벌어진데서
    확인될수 있다.

    과거 P&G 등이 BTC(Bankers mpany)은행과 비슷한 이유로 소송을 벌여
    피해를 줄인 사례도 있기 때문에 파생금융상품의 위험을 사전에 충분히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벌어질 국제소송의 결과는 두고 봐야 한다.

    다만 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국내 금융기관들은 전문가양성
    내부견제장치정비 등에 힘써야 하며 감독당국은 무분별한 역외펀드규제
    등 금융감독을 강화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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