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한 지방골프장에서 그곳 클럽챔피언인 S씨와 라운드할 기회를
가졌다.

그는 17번홀까지 2오버파를 치고 있었다.

마지막홀은 거리 4백72m의 파5홀.

그런데 그의 드라이버샷은 얼토당토않게 토핑이 되며 50m 굴러가는데
그쳤다.

티잉그라운드를 내려오며 그가 말했다.

"만약 내가 이홀에서 파를 못잡으면 저녁을 사겠다"고.

그러나 그는 세컨드샷마저 토핑을 냈다.

이제 거리상으로 도저히 파온은 불가능한 상황이 된 것.

서드샷만큼은 제대로 쳤지만 핀까지는 약80m가 남아 있었다.

그 80m를 붙여 원퍼트로 막으면 파이지만 사실 붙이기에는 부담스런
거리임에 틀림없었다.

S씨는 그린까지 와서 지형을 살피고 돌아가 네번째샷을 했다.

그런데 그 네번째 웨지샷은 기막히게도 핀 50cm에 붙어 버렸다.

S씨는 그의 장담대로 파를 잡은 것이다.

라운드후 그에게 물었다.

"조여서 친다고 해도 실제 80m를 원퍼트거리로 붙이기는 극히 어렵다.

챔피언실력이긴 하지만 어떻게 그같이 의도한대로 볼이 가는가"

"운이 좋았던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난 언제나 미스샷을 더 잘치기위한 계기로 삼는다.

티샷 토핑이 났을때 그래도 파를 잡을수 있고 또 잡아야 한다는 당위성을
나 자신에게 부여하는 식이다.

80m가 붙은 것은 우연성이 있지만 그 우연성이라는 것도 "노리니까"
생겨나는 것이다.

"트리플보기가 나오면 버디3개로 복구하겠다".

이런 태도로 골프를 치면 몰락도 무기가 된다"

인생이던 골프던간에 S씨의 얘기는 이 어려운시대의 도움말이 될수 있을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