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이후 20여일동안 한라에이스호가 중국 세코우항에 억류돼 있다.

이 배에 실려 있던 3만2천t의 비료와 함께.

일본선박대리점에 지불해야할 수수료를 내지 못한 때문이다.

한라에이스호가 체불한 수수료규모는 17만달러.

최근 급격히 가치가 하락한 원화로 환산하더라도 2억5천만원을 조금 넘는
액수다.

이 때문에 법정관리를 신청해 자금의 여유가 없는 한라해운은 속수무책으로
애를 태우고 있다.

또 한라에이스호에 승선한 우리 선원들은 배를 사수하느라 귀국도 못한채
배안에 그대로 남아있는 처량한 신세다.

억류가 장기화 될 경우 배는 자연스럽게 중국법원 경매에 부쳐지게 된다.

배의 정상가격은 3천만달러.

이 배가 중국에서 경매로 팔릴 경우 낙찰가는 형편없이 낮은 가격에 결정될
것이라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여기에다 20여일간의 화물수송지연으로 중국측에서 엄청난 액수의 클레임을
제기할 위기에 처해 있다.

결국 소액의 체불수수료를 청산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되면 수천만달러에
달하는 국가의 재산이 날아갈 판이다.

그런데도 선박의 인수자금을 제공한 실질적 주인인 금융단들은 모두
나몰라라 하고 있다.

억류의 원인은 한라해운측의 수수료 체불에 있고 따라서 책임도 해운사가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물론 금융단의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그러나 지금 책임소재를 따질때가 아니다.

IMF체제하에 처해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한푼의 달러도 아쉬운 형편
이다.

선원들이 선박을 사수고 있는 이유도 바로 국가의 소중한 재산이 헐값으로
외국에 팔리는 것을 막아보자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금융단들도 책임소재를 따지기 이전에 국가경제를 생각해야
할 것"이라는 한라해운 관계자의 지적은 설득력있게 들린다.

장유택 < 사회1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