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측의 대기업정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는 국민회의
김원길 정책위의장은 2일 상당히 화가 난 표정으로 당간부회의장에 들어갔다.

대기업정책과 관련한 질문에 김의장은 "하지도 않은 말을 언론이 보도해
나를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아무말도 안하겠다"며 묵묵부답으로 일관,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회의에서 김의장은 최근 대기업개혁의 상징처럼 거론되고 있는 빅딜,
기업주사재출연 등에 대해 "공식회의에서 한번도 시한을 정해 논의한 적이
없다"며 당의 입장을 명확히 정리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당간부들도 "혼선이나 갈등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는데 공감했다고 한다.

특히 일부 당간부들은 이번 "빅딜 논란"이 새정부의 개혁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세력들이 사소한 일을 확대해석해 대기업의 구조조정의지를 퇴색
시키고 당단합을 해치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 만큼 강력 대응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는 후문이다.

어쨌든 국민회의는 이같은 논의끝에 "결합재무제표 작성, 상호지급보증해소,
재무구조의 획기적 건전화, 지배주주 책임성 강화, 소액주주 발언권 강화를
내용으로한 종전의 신정부 대기업조정안에는 변함이 없다"며 2월 임시국회
에서 구조조정을 뒷받침하기 위한 입법을 예정대로 추진하겠다고 공식입장을
발표했다.

국민회의는 이와함께 "김당선자와 대기업총수간에 합의된대로 대기업이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하겠다"는 개혁의지를 거듭 확인했다.

비대위대표인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도 비슷한 시각에 입장을 밝혔다.

김부총재는 "핵심사업의 경영성과를 높이기 위해 구조조정의 결과로서
사업교환이 이뤄질 수 있지만 이를 행정적 조치나 정부의 강압적인 교통
정리로 하는 것은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부총재는 이어 "처음부터 빅딜은 기업이 자율적으로 하라는 것이었다"며
"왜 강제로 하는 것처럼 해석하고 이제 우리의 원래입장을 들어 신정부의
정책이 실패한 것으로 보느냐"고 강한 불만을 털어놓았다.

사실 비대위가 마련중인 대기업구조조정안은 <>입법사항 <>행정적조치사항
<>기업스스로 해야 할 사항 등 3가지 유형으로 나눠져 있고 빅딜과 기업주
사재출연은 기업스스로 해야 할 사항에 포함돼 있다.

김당선자를 비롯 "DJ경제트리오"로 불리는 김의장 김부총재 그리고 유종근
당선자경제고문도 강조점이 다소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장경제원리를
차기정부의 정책기조로 삼아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김당선자측이 노.사.정간 대타협을 목표로 대기업의 빅딜 실천노력
을 지나치게 강조, 마치 대기업 구조조정의 핵심이 빅딜에 있는 것처럼
비춰진 측면도 부인할 수 없다.

따라서 국민회의의 이날 입장정리는 대기업구조개혁의 사령탑인 자민련
박태준총재 등이 재계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 기업쪽 사정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결과로도 풀이할 수 있다.

박총재는 "기업의 부채비율을 낮추는 것만 해도 벅찬 일인데 빅딜을 너무
강요하면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며 "국제통화기금(IMF) 협약을 지키다보면
빅 딜로 갈수도 있고, 여러 형태의 결론이 날 수도 있다"고 자율과 시장
경제원칙을 강조해 왔다.

그러나 이날 국민회의의 "자율적인 빅딜" 결론을 김당선자측의 대기업정책
골격자체에 큰 변화가 생긴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빅딜이나 기업주 사재출연은 새정부의 대기업정책전체로 보면 극히 주변적인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허귀식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