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일 개회한 제1백88회 임시국회에서 정책야당의 진면모를
보여주겠다고 벼르고 있다.

유례가 없던 정권교체를 앞두고 열리는 이번 임시국회가 역대 그 어느
회기보다 현안들을 많이 안고 있는데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에 따라
손질을 기다리고 있는 법령과 제도도 적지않기 때문에 원내 제1당으로서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겠다는 얘기다.

국민회의와 자민련 등 신 여권이 이번 회기내 "작품"을 만들어 김대중정권
출범의 모양새를 갖추려 하고 있는데 대해서도 호락호락 봐넘기지 않겠다는
방침을 정해놓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맹형규 대변인이 이날 성명을 통해 "국민의 의사와 반하는 사안에
대해서는 어떠한 경우라도 초지일관되게 분명한 시시비비를 가릴 것"이라며
여당 독단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은 임시국회가 순탄치
만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한나라당은 특히 경제계의 구조조정문제를 비롯 정부조직개편 인사청문회
정치권 구조개편 등 굵직굵직한 현안들에 대해서는 여당 뜻대로 처리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야간 반드시 조율을 거쳐야 할 현안으로 우선 고용조정
(정리해고)을 비롯한 경제계 전반의 구조조정문제를 꼽고 있다.

구조조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으나 여권의 여론몰이식 강공엔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고용조정이나 파견근로제의 경우 노사정위원회의 합의가 선행되지 않는한
결코 동의해줄 수 없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다.

지난 96년말 노동법개정안 날치기 파동을 의식한 때문인지 정부여당이
관계법안의 강행처리를 기도한다면 회의에 불참, 의사정족수 미달로 입법을
무산시킬 수 있다는 얘기도 흘리고 있다.

기업구조조정문제와 관련해서는 법적 제도적 뒷받침에는 적극 나서겠지만
"실체"가 없는 대기업 "목조르기"는 용납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빅딜"의 경우 시장경제 원칙에 따라 자연스럽게 유도해야지
국민인기만을 의식한 밀어부치기식 추진엔 제동을 걸 것이라는 얘기다.

한나라당은 여권이 마련한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서는 "총론찬성 각론반대"
입장이다.

특히 예산기능은 종전대로 재정경제원에 두고 중앙인사위는 총리산하에
두며 해양수산부는 그대로 두는독자안을 마련해 "표대결"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다.

인사청문회도 첫 정부조각때부터, 그것도 총리를 포함한 차관급 이상
고위직에 대해 적용토록 하는 당안을 관철시켜 "DJT"공조 와해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다만 5.7 지방선거의 한달연기방침에 대해서는 소속의원들의
"배지"가 걸린 문제인 만큼 수용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의원수
축소 선거구재편 등 정치권 구조조정 문제는 다음 임시국회에서 본격 논의
한다는 입장이다.

<김삼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