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의 "제살깎아먹기식 고금리경쟁"이 갈수록 가열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의 고금리 요구로 가뜩이나 금리가 높아져 있는 상황에서
국내금융기관들까지 금리경쟁을 벌여 기업연쇄부도를 촉발하는 것은 물론
결국엔 금융기관의 집단부실화를 초래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2일 한국은행과 금융계에 따르면 은행들의 신종적립신탁 시판으로 촉발된
금융권간 수신금리인상경쟁에 종금 증권 신용금고 등 제2금융권이 본격
가세, 최고 연 25%대의 수신금리를 기록하고 있으며 이달들어선 보험사
까지도 금리경쟁에 나서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해 12월15일부터 시판한 신종적립신탁 배당률을 최근에도
연 20%이상 유지, 한미은행의 경우 연 24.27%에 달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난달 26일부터 신종적립신탁의 보수율과 중도해지수수료율이
자유화됐음에도 종전 수준을 고수하고 있다.

은행들은 특히 신종적립신탁 수신고가 지난달 20일까지 31조9천억원이나
증가하는 등 돈이 몰리자 은행계정의 수신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정기예금금리
를 연 20%까지 인상, 신탁계정과 은행계정의 수신금리를 동반인상하는 악순환
을 거듭하고 있다.

종금사들도 자기발행어음 매출금리를 지난해 11월말 연 20%에서 최근엔
25%로 올렸다.

특히 금리경쟁을 자제하던 보험사들마저 저축성상품의 해약 등이 잇따르자
올 1월 첫선을 보인 신종고금리보험상품인 슈퍼재테크보험과 파워플랜보험의
수익률을 2일부터 1.5%포인트 올린 연 16%로 올리기로 하는 등 본격적으로
금리전쟁에 가세했다.

서울 대형신용금고들도 이에 뒤질세라 대표적인 단기수신상품인 표지어음
(90일미만) 금리를 올들어 한달동안에만 무려 10%포인트 가까이 인상, 연
25%대를 보장하고 있다.

증권 투신사들도 단기공사채형 수익증권의 수익률을 연 25% 수준으로
끌어올려 시중자금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이같은 고금리수신경쟁으로 인한 수지부담을 대출금리인상과
저금리회사채및 기업어음(CP) 인수기피를 통해 기업들에게 떠넘기고 있어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금융계 관계자들은 은행권의 수신이탈방지를 이유로 시작한 금리인상
경쟁이 이제는 전금융권의 수신금리는 물론 대출금리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보이고 있다며 이는 결국 기업연쇄부도와 가계의 파산을 불러와
오히려 금융기관들의 부실을 확대시킬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이에따라 고금리경쟁의 촉발요인인 신종적립신탁을 폐지하는 등 근본대책이
마련되지 않는한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과 금리하락에 합의한다 해도
기업들의 금융비용부담은 가중될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하영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