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용 칼을 만드는 대영금속은 사원수가 12명인 소기업이지만 매출
5억원에 매년 25만달러어치를 수출하는 알찬 업체였다.

이 회사의 사장은 39세의 미혼녀인 곽경미씨.

곽사장은 평소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과 결혼했다며 아직까지 월세방에 살
정도로 회사키우기에 열심이었다.

이런 곽사장에게 갑작스런 어려움이 닥쳤다.

지난해 7월 거래처에 납품하고 받은 어음 1억원이 부도가 나는 바람에
어음이 휴지조각이 됐다.

이로 인해 심한 자금난을 겪어 오다가 지난 1월 단돈 5백만원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내고 말았다.

그뒤 은행측의 양해로 다시 가동에 들어갔으나 현금을 줘야 살 수 있는
스테인리스강판을 살 수 없어 피를 말리는 시간을 보냈다.

이때 곽사장은 중소기업진흥공단과 KBS가 주최하고 한국경제신문사가
후원하는 "힘내세요 사장님"이란 프로그램에서 중소기업살리기성금을 거둬
준다는 소식을 동료사장으로부터 들었다.

곽사장은 즉시 중소기업진흥공단 지도사업처(769-6812~5)로 문의했다.

곽사장의 전화를 받은 중진공은 출연업체 선정위원회에 서류를 내도록 했다.

출연업체로 선정된 곽사장은 지난달 25일 오전11시 KBS 2TV에 출연,
그동안의 경위를 털어놨다.

그러자 무려 4천46만원의 성금이 자동응답서비스(ARS)를 통해 들어왔다.

이밖에 주방용 칼을 납품받겠다는 기업도 여럿 나타났다.

이제 대영금속은 IMF한파를 벗어날 수 있는 틈새를 찾게 됐다.

곽사장이 이용한 이 프로그램은 지난달 11일부터 시작된 중소기업살리기
사업이다.

매주 중진공이 신청기업중 2개업체를 선정위원회를 통해 뽑아 일요일 오전
11시부터 50분간 생방송을 한 뒤 시청자들로부터 ARS로 모금한다.

1인당 기부금은 1천원.

지금까지 보통 한차례에 약 8만명이 참여해 건당 8천만원이상을 거둬
회사를 다시 일으킬 수 있게 했다.

특히 중진공은 ARS 성금이 입금되기전에 중소기업지원자금을 활용, 출연기업
에 전액을 선금으로 지원해 주고 있다.

이 사업의 참여대상은 제조업 전업률이 50%이상인 업체면 가능하다.

지금까지 이 프로그램에 출연을 신청한 기업은 총 24개사.

이중 8개업체가 이미 출연을 해 지원금을 받아갔으며 2월중 출연업체 8개사
를 선정중이다.

이 프로그램엔 코스닥상장업체로 유망중소기업으로 선정된 대림금속이
흑자도산으로 화의신청을 해놓은 상황에서 출연해 회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또 종업원 1백80명의 사직서를 받고 울어버린 대양금속 김종석 사장의
애환, 이제 남은 거라곤 휴지조각이 된 어음 한뭉치뿐인 한국금속열기
안만영 사장의 이야기 등도 소개됐다.

기탁자들의 미담도 많다.

한 재미교포 사업가가 출국하기전 김포공항에서 TV를 통해 이 프로그램을
보다가 감동해 즉시 7천만원을 기탁하겠다고 나서 화제가 됐다.

그 사업가는 전화를 받고 공항으로 달려나온 한양유신정기의 강대충
사장에게 "힘을 내 사업을 다시 일으켜 보십시오"라며 그 자리에서 7천만원
을 선뜻 내줬다.

대구에 사는 한 중소기업자는 자신도 무척 어려워 돈을 보태주긴
힘들다면서 대량의 작업용 면장갑을 출연업체에 기증하기도 했다.

박삼규 중진공이사장은 "이번 행사가 많은 중소기업에 직접적인 자금지원을
다해 주긴 힘들지만 그동안 가라앉은 중소기업들의 사업의욕을 되살리는데는
큰 몫을 차지하고 있어 앞으로 적어도 6개월이상 이 사업을 추진할 예정"
이라고 밝혔다.

또 급박한 어려움에 처해 있는 중소기업이라면 이 프로그램을 더욱 많이
활용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이치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