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동 < 쌍용투자증권 사장 >

다보스포럼의 올해 포커스는 단연 아시아 금융위기로 모아졌다.

금융위기에 휩싸인 한국경제의 개혁전망도 포럼에 참석한 전세계
2천여명의 기업가및 정치인들의 큰 관심이었다.

유종근 대통령당선자 경제고문과 김기환 경제순회대사 등 한국대표단은
지난달 30일 열린 오찬 프레젠테이션에서 한국 새정부의 금융및 경제정책,
구조조정계획, 대기업개혁방식 등에 대해 설명했다.

특히 시장개방과 시장경제원리를 바탕으로 한 경제개혁을 강력히
추진한다는 내용의 유종근 고문의 연설은 각국 참가자들로부터 높은 지지를
받았다.

각국의 정.재계인사들도 한국의 새정부가 규제완화와 경제의 투명성을
높이는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한국이 지난 30년이상 의존해왔던 경제패러다임을 일시에 변화시키기란
무척 어렵다.

또 자발적인 구조개혁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화는 불가피하고 더이상 미룰수 없는 과제다.

최대한 빨리 개혁에 나서야 한다.

대기업의 비수익 계열사 처분과 노동자의 정리해고 등과 같은 개혁이
아무리 힘들더라도 지금 개혁을 달성하지 못하면 후진국으로 뒤처지고
한국경제는 회복불능의 상태로 빠질 것이다.

경제개혁에 성공한다면 그동안 우리의 경쟁상대였고 경제발전의 모델이
됐던 일본을 따라잡을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마련할수 있을 것이다.

이는 정부와 민간부문의 "어두운 관계"를 특징으로 하는 "일본 모델"을
탈피해야만 가능하다.

그 대신 투명성 신뢰성 개방에 역점을 두는 시장지향적인 경제모델로
나아가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하루빨리 "성장을 위한 성장"개념을 던져버리고 수익과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사고의 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다.

한국 대기업들도 계열사 매각에 대해 두려워하거나 부끄러워할 까닭이
없다.

진정한 시장경제하에서 기업을 파는 것은 사업확장을 위해 기업을
사들이는 것만큼 가치있는 일이기 때문이다.

대기업들은 또 계열사및 주주들의 이해를 무시하고 오너독단으로 경영권을
전횡하지 못하도록 사외이사제 등을 도입함으로써 감시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

전세계 정.재계인사들은 이날 설명회를 통해 한국이 경제회복을 위해
올바른 길에 이미 들어섰으며 따라서 한국경제는 조만간 위기를 극복할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모든 구조개혁 작업은
시장경제의 원칙하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 정부가 현재 추진중인 대기업개혁정책 가운데 은행의 부실채권을
대기업의 주식으로 전환하는 조치는 대기업 오너들의 개인재산 헌납을
강요하는 것보다 합리적이며 나아가 시장경제원칙에도 부합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 각국의 비즈니스맨들은 이날 한국대표단이 제시한 "새한국"에 대한
청사진에 깊은 관심을 나타냈으며 높은 투자의욕도 보였다.

한국정부와 민간기업도 이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청사진을 반드시
실천으로 옮길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