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환율과 금리와 물가가 다시 올라만 가고 있다.

높은 환율과 금리수준으로 차관과 직접투자 등 외국자본을 유인하여
외환부족을 해결하겠다는 정부와 IMF의 정책발상이 큰 효과를 보지못한 채
오히려 흑자기업의 도산 등 실물경제 전반에 위기를 확대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

IMF가 최대규모인 5백70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지원한다면 한국경제는
경제위기를 극복할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오늘의 경제현실은 IMF의 조건보다도 더 어려운 국면으로 위기가
확대되고 있다.

최근 발표된 금융연구원의 분석자료에 의하면 실세금리가 연평균 25%인
경우 성장률은 3%가 아니라 마이너스1%, 어음부도율은 3배인 0.9%,
실업률은 두배이상인 6%, 물가도 두배인 1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그리고 1천5백30억달러에 달하는 외채에 대한 금년도 이자만도
1백47억달러에 달하며 5년평균 원리금은 매년 무려 2백37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요한 경제지표인 주가 금리 환율이 불안한 곡예를 계속하고 있다.

IMF관리 체제하에서도 위기와 불안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IMF와의 약속사항인 정부재정을 긴축하기 위해
공무원 감봉과 아울러 10%의 감원을 발표하는 등 특단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

최근 한국개발원 국민경제연구소의 의식조사에 의하면 IMF구제금융을
받게된 원인에 대하여 일반국민은 7.1%가 금융기관의 부실에, 22%가 기업의
방만한 경영에, 그리고 69%가 정부정책의 실패 등에 그 책임이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따라서 정부와 기업은 먼저 IMF한파에 대한 책임의식을 가지고 솔선수범의
정신을 발휘하여 오늘의 경제난국을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그러나 최근 중요한 현안이 되고 있는 노사정위원회에서 고용조정
(정리해고제)문제와 재정경제원과 비상경제대책위원회에서의 대기업
구조조정 문제의 해결이 진통을 겪고 있어 그 타결이 시급히 요청되고 있다.

그 방향과 원칙은 선언문의 기본정신에 따라 고통분담의 순서를 노->사->
정의 순서가 아니라 정->사->노의 순서로 하여 오늘의 총체적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하는데 초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IMF한파를 극복하기 위한 경제개혁 작업은 정부와 대기업의
구조조정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특히 그 구조조정은 기업의 자율에 의해 지배구조와 소유구조를 조정하여
전문업종의 규모를 확대하는 경영구조전략으로 승화되어야 한다.

다시 말하면 대기업의 사주가 가지고 있는 개인재산을 자기 회사에
출자하는 것이 구조조정은 아니다.

그렇다고 그 재산을 국가에 헌납하거나 사회에 환원하라는 것은 더더욱
아니며 다만 종래의 방만한 차입경영에 의한 문어발식 소유확대를
지양하고 그 기업만이 가질수 있는 전문업종의 특화경영을 확대하라는
것이다.

흔히 미국의 회사는 주주 주권의 기업이며 일본의 회사는 종업원 주권의
기업이라고 한다면 우리의 회사는 아마 사장 주권의 기업이라고 구분할수
있다.

따라서 경영전략에 있어서도 미국의 회사는 주주 배당을 늘리기 위한
수익성 전략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일본의 회사는 종업원을 위한
복지전략에 초점을 두고 있는데 비해 우리의 회사는 주주 배당이나 종업원
복지보다도 소유의 확대에 경영전략의 목표를 두고 있다고 할수 있다.

따라서 우리의 기업과 금융기관은 전문경영 규모보다도 소유규모가 먼저
확대되어 오늘날과 같은 재벌경영체제로 국민경제가 이루어져 있다.

과거 국민경제의 개발과 성장이라는 측면에서 이는 기관차 역할도
해왔지만 이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선진경제의 질적
발전이라는 차원에서는 오히려 부담이 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대외적으로는 이러한 소유지향적인 경영전략이 필연적으로 소유권과
경영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차관도입을 직접 투자보다도 더욱 선호하여
오늘의 외채왕국을 만들어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자초했던 것이다.

외화와 선진기술이 필요하다면 차관보다도 오히려 직접투자를 받아들여
합작경영이나 공동투자및 컨소시엄 경영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직접투자보다도 차주가 전적으로 주권을 행사할수 있는
차관도입에 매달려 왔으며 현재도 이러한 방식이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고환율과 고금리로 외국자본을 유인하려는 현재의 정책에서
오히려 고환율과 고금리를 낮추어 기업의 수익률을 높임으로써 직접
투자를 유인하는 새로운 정책으로 전환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대기업의 대대적인 사업 구조조정에 있어서도 외국자본의
직접투자를 유인해 대량 실업을 방지하면서 고용조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