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들에겐 설 연휴가 없다.

한가롭게 휴가를 즐기기에는 요즘의 경영환경이 워낙 어렵고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총수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설혹 겉으론 특별한 일정이 없다하더라도 이번 연휴기간중 이들이 풀어가야
할 숙제는 그 어느때보다 많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측이 구체적인 시한(대통령 취임전날)까지 정해 놓고
각종 개혁안 제출을 요구하는 마당에 친지들의 세배를 받고 덕담이나 나누는
여유를 누릴수는 없는 일이다.

그런 가운데서도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 김우중 대우그룹회장 등은
이번 설을 해외에서 맞게 된다.

정명예회장은 싱가포르 창이공항 매립공사현장을 둘러보고 근로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26일 출국한다.

정명예회장은 또 귀국길에 일본에 들러 현대전자 사업과 관련, 일본에
머무르고 있는 정몽헌회장, 박세용 종합기획실사장 등과도 만나 관련 현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김우중 대우그룹회장은 29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
에 참석하기 위해 27일 출국한다.

김회장은 자동차산업 최고경영자모임에 참석할 계획이며 틈틈이 폴란드
루마니아 체코의 자동차판매및 생산법인 관계자들과 미팅도 가질 예정이다.

이건희 삼성그룹, 구본무 LG그룹회장은 특별한 계획없이 자택에서 IMF
체제하의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구상에 몰두할 예정이다.

최종현 SK그룹회장도 워커힐 빌라에 머물며 아직 공식화하지 않은 그룹
차원의 구조조정방안을 구상할 계획이다.

에너지 정보통신 등을 그룹의 주력업종으로 이미 정한 상태여서 어떻게
빅딜의지를 드러낼지 고민이 적지 않다.

조중훈 한진그룹회장은 설연휴동안 가족과 함께 모처럼 휴식기간을 가지며
그룹의 경쟁력강화를 위한 포석을 찾는데 몰두할 것으로 전해졌다.

< 이익원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