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는 성향이 다르다.

범죄용의자를 상대하여 검사는 죄상을 악착같이 캐내려는 경향이 있고
판사는 은근하게 유도한다.

법을 다루는 판.검사가 이같은 속성을 갖고있는 탓인지 억울한 옥살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경찰관마저 누명을 쓰고 감옥살이를 하다가 나온 사례도 있다.

지난 92년 11월29일 아침 서울 관악구 신림동 모여관에서 18세의 이모양이
목졸려 숨진채 발견됐다.

이 사건에 연루됐다 하여 당시 관악경찰서 김모순경(28)이 재판에 넘겨졌다.

1,2심에서 12년형을 선고받고 복역하게 됐다.

그러다 1년여 뒤에 진범이 잡히고 김순경은 무죄로 석방됐던 일이 있었다.

잘못된 증거 탓으로 돌리기에는 너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한데 지금도 법관의 오판이 계속되고 있어 안타깝다.

최고 징역 20년까지만 처벌할수 있는 소년범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한 어이없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재미교포 리모(당시 18세)군이 지난해 서울 이태원에서 대학생 조모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지난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범행 당시 18세미만인 소년범에게는 사형이나 무기징역선고를 못하도록
법이 정하고 있다.

이 재판을 맡았던 서울지법은 "판결당시 특별법규정을 간과했다"고
솔직하게 잘못을 인정했다.

특별법규정을 모르고 실수를 했다는 얘기다.

무지가 아니라 법관의 실수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관의 사소한 부주의가 때로는 생명을 잃게 할 수도 있다.

하기야 늘상 하던 숟가락질도 하다가 떨어뜨릴 때가 있다.

꿩잡는 것이 매이지만 매도 꿩을 못 볼 때가 있다 한다.

사기에 이런 구절이 있다.

똑똑한 사람이 천번 생각한 것에도 하나의 실수는 반드시 있다.

재판을 세번 거치도록 정한 것이 이런 것을 예방하기 위함일 것이다.

현재 무섭게 불기 시작한 IMF한파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혹시 정치가의 무능이나 실수때문이라면 지금 실정예방책을 강구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