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설자금으로 3조원 안팎을 공급키로 했다.

박철 한은자금부장은 21일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아래선 긴축기조를
유지할수밖에 없는게 현실이지만 설이란 계절적요인에 의한 자금수요는
충분히 공급한다는게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부장은 현재 설자금 공급규모를 현금통화기준 3조원 안팎으로 잡고
있으며 기업들의 자금수요에 따라 가감될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그러나 IMF체제에서 기업들이 상여금규모를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
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올 설자금 공급규모는 작년수준(3조5천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업계에서도 현재 기업들의 문제는 자금공급규모가 아니라 살인적인
고금리라고 지적, 한은이 아무리 많은 설자금을 공급한다해도 현재와 같은
고금리가 계속되는한 자금을 쓸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한 관계자는 "예년 같으면 설을 앞두고 상여금 등을 충당하기 위해 당좌
대출을 주로 사용했으나 올해는 당좌대출금리가 연 33%에 달하고 있어 쓸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은행 관계자들도 이날 업무정지당한 종금사에 묶인 법인예금 2조5천억원이
공급되는 등 금융권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나 기업들의 자금수요가 별로 없어
설자금공급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특히 설자금수요가 절정을 이룰 오는 23일과 24일중에 6조여원의
환매채(RP)가 만기가 돼 한은이 3조원의 설자금을 공급할 여력은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행은 은행간 콜금리가 연 25% 안팎임을 감안, 콜금리에 연동돼
있는 당좌대출금리도 조만간 20%대로 떨어뜨리도록 은행들에 지도키로 했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