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아시아를 미국식으로 개조하려 하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가 미국의 대아시아 지원 행태를 꼬집은 말이다.

미국이 경제위기로 아시아 국가들이 무장해제된 틈을 이용, 아시아 금융
시장 구조를 미국의 입맛에 맞게 고치려 한다는 비판이다.

아시아국가에게 종용하고 있는 미국식 개조의 핵심은 <>시장개방 <>금융
구조 개혁 <>규제철폐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개방화 자율화만이 살 길이라는 것이다.

겉으로보기엔 그럴싸한 이같은 주장은 그러나 금융산업의 경쟁력이 세계
최강인 미국 월가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6개월여동안의 아시아위기에서 금융시장의 단계적 개방을
추진해온 아시아국가의 당초 계획을 무산시킨채 급속도의 완전자유화라는
열매를 얻어냈다.

최대의 수혜자는 미국의 금융회사이다.

이를두고 미국에선 "월가의 승리"라는 표현조차 나오고 있다.

이에대해 유럽은 미국의 신패권주의라는 비난을 감추지 않는다.

이런 새로운 "팍스 아메리카나" 구축의 진두지휘자가 미재무부 로버트
루빈 장관과 로렌스 서머스 부장관이다.

이들은 콤비를 이뤄 대아시아 개혁 프로그램 입안에서부터 실행, 검사에
이르기까지 아시아 시장을 미국식으로 개조하기 위해 공을 들이고 있다.

무기는 바로 IMF 구제금융.

루빈 장관이 기회가 닿을 때마다 "아시아 국가들이 IMF 개혁 프로그램을
충실히 이행하지 않을 경우 돌이킬 수 없는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놓고 있으며 서머스 부장관도 최근 잇달아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
등을 방문, 이들 국가들이 미국식 개조를 받아들이도록 압력을 가했다.

<조성근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