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이 금융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새로운 아시아적 경제발전
모델을 찾아야 한다는 소리가 이들국가 내부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같은 고유모델 모색은 서구식 개방화 및 자율화가 곧 위기에 대한
유일한 탈출구는 아니라는 비판적 인식에서 출발한다.
무분별한 세계화는 오히려 시장구조를 왜곡시키고 혼란에 빠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경계감이 이런 인식에는 작용하고 있다.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는 주장의 본보기론 태국이 거론된다.
태국은 수십년동안 자본 및 상품시장을 개방, 이른바 세계화를 추진해
왔지만 그 결과는 수많은 기업들의 파산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무차별적인 자본의 유입으로 허약한 자국내 금융시장 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졌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최근 태국내에서는 "세계화"가 완전한 개방을 의미하기보다는
자국의 역량에 맞고 소화가능한 수준의 제한적 개방의 개념으로 바뀌고 있다.
현재 논의중인 새로운 아시아적 모델에는 우선적으로 투기성 외화유입을
적절히 막을 수 있는 시장통제시스템 구축이 포함돼 있다.
아시아 각국의 금융혼란 속에서도 투기성 자금의 규제대책이 마련돼있는
"어느정도 폐쇄된(semi-closed)" 중국이 상대적인 안정을 누리고 있는 점이
모범사례로 제시된다.
또 칠레 멕시코 브라질 등 중남미국가들이 80년대 개방조치를 취하는
동시에 단기투기자금을 규제하는 조치를 마련, 금융위기 탈출 계기를 만든
사례도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정종태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