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이 된 국민회의와 자민련쪽 팩시밀리에는 최근 이상한 글들이 자주
들어온다.

정책건의서 탄원서 민원해결요청서 등 이름도 다양하다.

이런 문건들을 보내오는 면면을 살펴보면 더 이상하다.

국내외 명문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교수, 연구소 연구원, 정부산하단체,
이익단체...

게다가 선거때만 해도 김대중 대통령당선자에 대해 "빨갱이"라며 험담과
비방을 서슴지 않던 사람과 단체까지도 김당선자측과의 "접선"대열에 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건들은 국민회의 자민련 당사는 물론이고 소속의원들의 의원회관
사무실, 전국 각지의 지구당사무실 국회원내총무실 총재실, 심지어
당선자나 당직자의 집안방까지 밀려들고 있다고 한다.

인수위 비대위 노사정위 정부조직개편심의위 사무실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어느곳에 보내야 정확히 자신의 의사가 전달될 것이라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조차도 입수할 수 있는 번호를 총동원, 무차별적으로 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문건들이 모두 불순하다고 단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름대로 진지한 자세로 국정현안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경우도
많기때문이다.

그러나 사상최초의 정권교체로 연줄을 잃은 소위 여권성향인사들이
"줄대기"의 일환으로 이런 글들을 뿌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소신 신념 사상 이데올로기...

자신들의 정체성으로 얘기했던 이런 것들을 다 버리고 오로지 "권력의
맛"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아니고서는 반성이나 사과의 말한마디없이 돌연
이렇게 변절.변신할 수는 없기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런 문건들의 처리가 귀찮아 보자마자 쓰레기통에 쑤셔 넣거나
이곳저곳에 방치하는 새여당 사람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처리절차나 창구를 정돈해 국민들의 소리를 제대로 듣고 국정에 반영해야
옳다.

과거 김당선자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지지하지 않던 사람과 단체라고
하더라도 한번쯤은 그들의 소리를 귀기울여 듣는 도량이 국난극복을 위해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