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입구 지상 주차장에서 초등학생 두 명이 맨바닥에 앉아 있었다.

4,5학년씀 되어 보이는 형과 두세상 정도 아래로 보이는 동생인 듯 했다.

형은 배를 움켜 잡고 한참을 울었던 모양인지 눈에는 눈물이 고여 있었고,
동생은 형 옆에서 어찌할 바를 몰라 같이 웅크리고 앉아 있었다.

그 옆에는 자전거 두 대가 모든 모로 쓰러져 있는 것으로 봐서 자전거를
타다 넘어진 모양이었다.

"어떻게 하다가 넘어졌니?"

"형이 앞도 안보고 자전거 타고 오다가 이 차를 받았어요"

동생이 쓰러진 자전거 옆에 서 있는 승용차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대답
했다.

"형이 바보야! 내가 똑바로 왔는데, 누가 여기다 차를 세워 놓아서
부닥쳤잖아"

형이 억울하다는 듯이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오히려 동생을 육박질렸다.

그러자 동생은 아무 말도 못하고, 나를 쳐다 보기만 했다.

세워진 승용차는 주차선이 그려진 곳에 제대로 세워져 있었고, 두 형제의
대답으로 봐서 형이 자전거를 타면서 제대로 앞을 보지 않고 승용차에
부닥치고, 그래서 넘어지면서 자신의 자전거 손잡이가 배를 찌른 것 같았다.

IMF시대를 맞아 나라 안이 온통 벌집 쑤신 듯 어수선하다.

잘못된 일들은 많고, 이를 바로잡아야 할 일들도 많지만 모두가 남의
탓이라고 목소리만 높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 볼일이다.

사실을 토대로 한 문제의 본질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이기보다는 서로
상대방의 책임이라고 떠넘기는 손쉬운(?) 방법을 우리는 너무 자주 써먹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일이 안되면 다른 사람을 욕할 것이 아니라 이 어려운 시기에 내가 잘못한
것은 얼마나 많은지, 내가 앞을 똑바로 보지 않고 한눈 판 일은 없는지,
그리고 내자리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이를 실천
으로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