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꼽잡는 뮤지컬로 IMF 시름에서 잠시나마 벗어나 보자.

31일~2월5일 세종문화회관 대강당에 오르는 "넌센스(Nunsense)".

5명의 수녀가 종횡무진하는 이 무대에는 IMF 우울증이 파고들 여지가
거의 없어 보인다.

수녀들(nun)의 의미(sense)있는 행동이 무분별(nonsense)로 돌변,
관객들의 웃음보를 터뜨리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어느 수녀원.

52명이 식중독으로 사망하는 대사건이 발생한다.

원장수녀와 빙고게임에 빠진 몇명만 화를 면한다.

원장수녀는 재난극복 기도를 하던중 카드를 만들어 장례기금을 마련하라는
계시를 받는다.

카드사업은 대성공을 거둔다.

그러나 원장수녀의 계산착오로 48명의 장례식밖에 치를 수 없다.

냉동실에 누워있는 4명의 장례식을 치르기 위해 원장수녀는 수녀들의
무대쇼를 기획한다.

흥겨운 리듬과 율동이 이어지고 엄숙한 수녀들은 쇼걸로 바뀐다.

관객들도 박수로 흥을 돋군다.

우피 골드버그 출연의 코믹영화 "시스터 액트"를 연상케 하는 포복절도할
해프닝이 끊이질 않는다.

기도와 노래가 혼합된 흥겨운 멜로디의 찬송가, 댄서들에게나 어울리는
격렬한 율동, 전혀 수녀답지 않는 오도방정 등.

하지만 이런 행동들이 수녀 본연의 순수함을 훼손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웃음과 감동을 자아낸다.

천방지축 수녀로 분하는 배우는 박정자 양희경 하희라 신애라 임상아 등.

무대와 안방극장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톱배우들이다.

요란스런 무대에 한꺼번에 출연하는 것은 처음이지만 천부적인 끼와
노련미로 극을 소화하는데 전혀 무리가 없을 듯.

"넌센스"는 91년 국내 초연후 6년동안 최다공연(3천5백회), 최다관객
(50만여명) 동원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번 공연의 목적은 지난해 세계연극제로 연극협회가 떠안은 빚
(2억9천여만원)을 갚고 98서울국제연극제 기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단 고긴 작, 강영걸 연출.

평일 오후4시30분 7시30분, 토 일 오후3시30분 6시30분.

문의 : 751-9616.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