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 정리해고제 거시경제정책등 IMF대책이 혼선을 빚고있다.

거시경제지표가 수시로 바뀌고 정리해고의 범위와 입법화시기및 방법
등이 그렇다.

이제는 IMF 구제금융 여파로 기업의 구조조정이 도마에 올랐다.

기업구조조정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재벌의 구조조정이 권고의 주대상인
것으로 보인다.

IMF 시대를 맞아 우리경제의 위기와 앞날에 대한 불확실성도 문제지만,
신정부가 경제주체들에 대해 고통분담을 호소하는 입장에서 신정부와
국민일반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이 문제시되고 있다.

정보공유가 전제되어야만 경제주체들에 고통분담을 호소할수 있다.

정리해고를 위한 수순으로는 노사정협의체를 통해 상호양보가
이루어진다면 최선의 방안일 것이다.

그러나 근로자들에대한 해고를 최소화하겠다는 대선공약, 지난 93~94년
당시 노총이 임금에 대한 사회적 합의에도 불구하고 두자리수의 임금인상이
이루어졌던 당시 노총이 겪은 어려움, 노총-민노총간의 세력다툼 등을
감안할때 정치권이 경제위기의 귀책사유를 수용하고 노사정위원회대신
민간차원의 자발적인 경제살리기 운동과 아울러 근로자들에게 양해를
구하는 정직한 방안이 상급노조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는 결과를 가져다
주었을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 노사정 협의체에서는 노-사-정의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일종의
단체교섭의 모양새, 예를들면 노조는 재계에 정리해고를, 재계는 노조에
재벌구조조정을 양보하고 정부도 고통분담에 참여하는 방식을 구상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정리해고, 재벌의 구조조정과 정부의 고통분담은 이에 따르는
준비기간이나 거시경제적 파급효과의 시차가 다르므로, 이것이 IMF가
요구하는 구제금융의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라면, 이런 패키지 교섭식
해법보다는 개별 사안별로 이의 실천정책을 구상하는 것이 정책의 실효성
측면에서 보다 나은 방안이라고 보여진다.

거시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금융부문에 대한 정리해고와 정부기구의 축소,
예산절감을 먼저 실시하고 재벌의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이 문어발식 경영을 해왔고 재무구조가 너무 취약한 것은
분명 재벌의 잘못이다.

그러나 대기업이 이렇게 된 데에는 과거 30년이상 지속해온 경제정책의
결과이며 대기업이 우리경제의 수출과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것도
사실이다.

지난 13일 김당선자는 4대그룹 총수와의 회동에서 결합재무제표 작성의
조기도입 등 경영투명성제고, 계열사간의 상호지급보증 조기해소, 비주력
계열사와 부동산 주식처분을 통한 자기자본비율 제고와 재무구조의 대폭
개선, 주력업종 설정및 중소기업과의 기술 자금지원 등 협력관계정착,
총수 개인자산의 경영투입 등 지배주주와 경영진책임 대폭강화를 촉구했다.

재계에서는 그동안 신정부에 결합재무제표와 상호지급보증의 완전해소에
요구되는 준비기간을 허용해 줄것과 구조조정의 원활화를 위한 정리해고
장치마련과 기업분할, 인수-합병시 세제혜택을 요구한바 있다.

즉 재벌개혁은 받아들이되 이에 필요한 시간을 달라는 것인데 이는 합당한
요구로 볼수있다.

IMF 시대를 맞아 우리경제가 구조조정의 성공 -> 물가안정과 국제수지개선
-> 외자유입 -> 외환위기 해소의 선순환을 겪을 가능성도 있고,
국제경쟁력 약화와 은행 부실채권 증가에 따른 대외신인도 추락 -> 외화난
심화의 악순환을 경험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는 대기업과 하도급업체간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모기업의 경쟁력약화는 곧 중견-중소기업의 부도를 초래한다.

이런 측면을 고려할때 대기업의 구조조정은 신중히 다루어야 한다.

현재 한국기업들은 통화.금융 재정정책의 부재로 거시경제전망 마저
불투명한 불확실성아래 방치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우리 기업들은 고비용-저효율,특히 살인적으로 높은 이자율과
이런 수준의 이자율로도 자금융자가 어려운 상황에서 하루하루를 힘겹게
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만약 한국의 대기업이 외국기업에 인수-합병될 경우 해고의 위험이라는
측면에서 한국 근로자들이 받는 고통은 감내하기 어려운 수준에 달할
것이라는 점이 인식되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국경제의 세계화라는 말에는 익숙하나 재벌 또는 대기업의
세계화라는 표현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우리의 현실이 진정한 의미의
세계화에 역행하는 것은 아닌지 냉철하게 판단해볼 시점이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