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프랑스 크레디리요네은행에 이어 독일과 영국
은행들의 신용등급 하향조정을 예고하자 유럽전역이 발끈하고 있다.

무디스와 유럽연합(EU)국가들이 전면전에 돌입하는 양상이다.

무디스가 예정대로 유럽은행들의 신용등급을 낮출 경우 막대한 금전적
손실은 물론 아시아 위기가 유럽으로 전염될 가능성까지 커지는 탓이다.

싸움을 먼저 건 쪽은 무디스.

지난 13일 한국 등 아시아지역에 많은 돈을 빌려줬다는 이유로 프랑스
크레디리요네은행을 "관찰대상"으로 분류하면서 신호탄을 날렸다.

관찰대상이란 것은 신용등급 하향조정의 예고편.

무디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또 다른 프랑스은행과 독일 영국의 대형
은행들도 같은 조치를 당할 수 있다"며 소시에테 제네랄 등의 이름을 은근히
언론에 흘렸다.

무디스의 이같은 공세는 유럽증시를 공포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은행 주식값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프랑스은행들의 주가는 새해들어서면서 12~25%가량 떨어졌고 영국(12~16%)
독일(8~11%)은행들도 비슷한 폭락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황이 악화되자 유럽측은 거칠게 반발하고 있다.

직격탄을 맞은 크레디리요네은행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무디스의 평가는
놀랍고 의심스러운 것"이라며 무디스가 객관적 기준을 결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조만간 발표될 은행의 97년 하반기 영업실적이 전반기와 비슷하게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는 시점에서 무디스가 급하게 평가를 내린 "저의"를
의심하기도 한다.

정부도 은행과 공동전선을 구축했다.

도미니크 스트라우스 칸 프랑스재무장관은 "크레디리요네는 결코 어려운
상황이 아니다"며 "만일 어려워진다면 EU와 협의를 거쳐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카렐 반 미에르트 EU경쟁담당집행위원과 이 문제를 논의하기위해
19일 브뤼셀에서 만나기로 이미 약속해 놓고 있다.

무디스의 확전에 대해 독일도 즉각 반격으로 나왔다.

한스 디트마이어 분데스방크(중앙은행)총재는 "독일경제는 디플레위험에
노출되어 있지않아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금융체제가 견고하다"고 반박했다.

무디스와 유럽의 전쟁.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유럽경제기상도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