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환율이 올들어 처음으로 1천5백원대로 내려섰다.

지난주까지 1천8백원 안팎에서 움직였던 점을 감안하면 급락세로 표현할만
하다.

환율 급등세에 시달려온 시장 관계자들은 내심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기를
기대하는 눈치들이다.

때문에 외국인투자자금 유입 등으로 외환위기의 고비를 넘겼다고 낙관하는
측에서는 단기적으로 1천4백원대까지 미끄러질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한다.

그러나 최근 환율 동향에는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어 환투기 등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도 적지 않게 대두되고 있다.

<> 시장상황 =원.달러 환율은 개장때부터 마감때까지 줄곧 매매기준율
아래서 맴도는 하락세로 일관했다.

개장직후 시도된 오름세는 외국인 자금이 시장에 흘러들자 내림세로
돌아섰다.

외환딜러들은 이날 외국인 매매가 환율을 떨어뜨리는 쪽으로 작용하는
이례적인 모습을 보였다고 전했다.

예컨대 바로 직전에 거래가 체결된 매수주문보다 낮은 환율로 매도주문을
냄으로써 환율을 밀어 내렸다는 분석이다.

한 외국계은행 서울지점을 통해 시장에 나온 이 자금은 따라서 환투기성
자금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이처럼 밀어내리기가 심해져 하락골이 깊어지자 환율은 한때 달러당
1천5백3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 전망 =시장 관계자들은 단기적으로 환율 안정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치고 있다.

스탠다드차터드은행의 홍명식 부지점장은 "동남아국가 외환위기도 가닥이
잡혀가고 있어 시장심리가 안정된데다가 외환사정도 그리 나쁘지 않다"며
"그러나 소규모 물량에도 환율이 등락할 소지는 여전한 상황"이라고 분석
했다.

또다른 외국계 은행의 딜러는 "그동안 환율이 1천8백원대 돌파를 시도
하다가 좌절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입되고 있어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환율 추세에 비춰 외국인자금이 계속 유입된다면
단기적으로 1천4백원선까지 하락할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원화로 환전된 외국인 투자자금이 헤지펀드의 핫머니들이
많다는 점에 대해 환율 급등락을 우려하는 관계자들도 적지 않다.

외국인들이 투자이익을 더 많이 거두려면 원화가치가 올라야 하는데 이
때문에 원.달러환율 낮추기를 시도, 환율이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외환딜러들은 "환율하락을 유도하는 정체불명의 자금 1억~2억달러 가량이
시장에 유입됐다"며 "아직 서울 외환시장이 자율변동환율제에 완전히 익숙지
않은 상태여서 외국인 자금 의도에 따라 급등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외환시장이 투기성 단기외화 자금에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환투기로 인한 국부유출 가능성이 높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에대해 외환당국은 이날 예상치 않은 7천만달러 가량의 주식투자 관련
자금이 유입돼 환율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