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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경제위기 '탈출구는 없는가'] (4)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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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도쿄의 일본 국회의사당.

    하시모토 류타로 총리는 이날 열린 올 첫 정기국회에서 이례적인 연두
    연설을 했다.

    국정전반에 걸쳐 언급하는 대신 경제분야에만 집중해 "금융시스템 안정과
    내수진작을 올 최대 국정과제로 삼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하시모토 총리의 말대로 "금융안정"과 "내수진작"은 일본이 현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돌파구다.

    그러나 일본국내외에선 두고봐야 한다는 다소 싸늘한 반응이 주류를
    이뤘다.

    2천2백억달러가 넘는 세계최대의 외환보유고와 막대한 무역흑자를
    자랑하는 일본의 총리가 경제 문제를 맨처음 들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하시모토총리를 괴롭히고 있는 것은 흔히들 "3약"으로 표현되는
    <>경기침체 <>주가하락 <>엔화약세다.

    아시아위기가 이 "3약"을 증폭시키고 있다.

    경기는 올해 성장률이 1%에 미치지못할 것으로 전망되는 등 7년넘게
    침체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주가는 2년6개월만의 최저수준인 1만5천엔선에서 머물고 있으며 엔화는
    미달러화대비 1백30엔선을 넘어서는 약세 행진을 지속중이다.

    요즘 일본내에선 "3월위기설"조차 나돌고 있는 실정이다.

    "3약"위기의 요인은 거품경제 붕괴, 금융기관 파산으로 인한 금융불안정과
    내수부진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일 대장성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일본금융기관들의 부실채권은 76조엔
    (5천7백50억달러)에 달한다.

    이는 작년 9월말 발표했던 21조7천억엔보다 3.5배나 많은 규모다.

    업계 7위였던 산요증권, 4위였던 야마이치증권이 파산했으며 전후
    처음으로 은행(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이 무너지는 등 금융기관 도산도
    이어지고 있다.

    여기에 일본은행들은 인도네시아 태국 한국 필리핀 등 아시아 국가에
    빌려준 엄청난 돈(8백54억달러)을 자칫하면 떼일 위기에 처해있다.

    이에따라 일본 정부는 국채발행(10조엔)을 포함한 30조엔의 공공자금을
    투입, 부실채권을 정리하고 예금자를 보호한다는 긴급 금융안정화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중이다.

    이 법안은 공공자금으로 금융기관의 우선주나 부실채권을 매입해주는 대신
    까다로운 경영건전화 계획서를 제출토록 요구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같은 조치가 이미 금이 간 일본 정부와 금융기관에 대한
    신뢰를 회복시켜줄지는 불투명하다.

    금융부문이 신용불안으로 허덕인다면 실물부문은 내수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작년 5월 소비세 인상(3%에서 5%로)이후 전후 최저수준으로 떨어진 소비는
    12월 2조엔의 감세조치에도 되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대장성은 추가로 1조엔을 공공사업에 투입, 내수를 부양한다는 방침이나
    효과는 미지수다.

    일본 위기로 전세계가 불황의 늪에 빠지는 사태를 우려하고 있는 클린턴
    미대통령이 일본에 보다 강력한 경기부양책을 세우도록 압력을 가하고
    있으나 정부빚(재정적자)이 많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정치생명을 걸고 2조엔의 감세조치를 취한 하시모토 총리는 야당으로부터
    퇴진압력을 받고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과 소비부진은 상승작용을 일으켜 일본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가고 있다.

    소비위축→경기침체→신용불안→주가 및 엔화가치 하락→소비위축의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에따라 한시적으로 시행중인 감세조치를 항구화해야 하며 그 규모도
    늘려야한다는 주장이 정계 학계에서 요즘 제기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인 스즈키 마사도시는"아시아 안정뿐 아니라 세계 경제의
    발전을 위해서도 일본경제의 재건은 시급하다"며 "최악의 상황을 피하려면
    감세규모를 10조엔으로 늘려 소비증가를 유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밝혔다.

    <강현철 기자>

    << 일본 경제위기 일지 >>

    97.11. 3 = 업계 7위인 산요증권 파산
    11.17 = 전후 최초 은행 파산(업계 10위 홋카이도 다쿠쇼쿠은행).
    악성부채 2조엔.
    11.21 = 무디스, 야마이치증권 신용등급 정크본드 수준으로 하향조정
    11.22 = 야마이치증권 파산
    11.25 = 니케이지수 폭락(5%)
    11.26 = 도쿠오 시티은행 파산
    12.16 = 10조엔 국채 발행계획 국회 통과
    12.17 = 2조엔 규모 감세 조치 골자로 한 경기부양책 발표
    일본중앙은행 엔화 1백30엔대 넘어서자 시장 개입
    12.22 = 니케이지수 15,000선 밑으로 하락
    12.25 = 정부 자민당 금융안정화 대책 발표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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