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영화사인 유성필름(대표 김영로)이 홈비디오 사업에 진출한다.

"프리스트" "율리시즈의 시선" "옥보단" 등 화제작을 수입배급해온
유성필름은 2월5일 홍콩액션 "호혈용천", 에로물 "원시적 욕망"을
"유성"이란 브랜드로 내놓으며 대여비디오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다.

이를 위해 유성필름은 기존 비디오업자 3명을 영입했고 최근 전국 30여개
대리점과 판매계약을 맺었다.

곧 10여명의 인원으로 비디오전담 영업팀도 꾸릴 예정이다.

유성필름이 현재 보유한 작품수는 15편정도.

"언더 헤븐" "짙은 선홍색" 등 아트성 필름과 "베스트맨" "신용쟁호투" 등
액션이 주를 이룬다.

조현진 기획팀장은 "매년 10~15편의 영화를 개봉하는데다 비디오용
영화까지 합친다면 매달 2~3편정도 작품을 공급하는데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유성필름의 비디오사업 진출은 SKC 철수, 현대방송 잠정보류,
중소제작사의 잇단 부도 등으로 비디오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업계 안팎의 시선을 모으고 있다.

김영로 대표는 "원래 홈비디오사업은 중소기업 고유 업종이었으나
대기업의 참여로 거품이 일었다"며 "한때 4만여개까지 난립했던
비디오숍이 최근 1만5천여개까지 줄어든데다 유통구조가 안정되고 있어
비디오사업을 해볼만한 시점이라고 판단했다"고 진출배경을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대기업 비디오사의 일반적인 작품구입 방식이 "단매"에서
"런닝 로열티"로 바뀐데 따른 비디오수익 급감이 유성필름의 비디오사업
진출의 가장 큰 원인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비디오사가 호황시절엔 판권을 일시불로 사들였으나 시장상황이
어려워지면서 판매량에 따라 수익을 나누는 후불제를 선호하는 바람에
영화사의 수익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또 비디오사가 흥행성있는 몇몇 대작 홍보에만 치중하고 그밖의 작품은
등한시, 영화사의 불만이 고조돼 왔다는 설명이다.

유성필름의 경우 외화구입 노하우에 개봉관인 뉴남대문극장,
영화자막제작사인 세운미디어 등 든든한 기반을 갖추고 있어 비디오직판에
승부를 걸어 볼만하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당분간 작품구매를 줄일 방침이어서
"유성필름의 앞날"에 따라 영화사의 비디오사업 진출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