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투기장세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제 여건은 호전된 것이 없고 오히려 기업부도와 구조조정, 정리해고
등의 수많은 고통이 기다리고 있건만 세찬 주가 오름세는 지칠 줄을 모른다.

오히려 경제여건을 중시하는 기본적 분석가들의 주가 전망을 비웃고 있다.

각종 기술지표도 과열 신호를 내보내고 있건만 들은 척도 않는다.

증권 전문가들은 이같은 장세흐름에 대해 "주가에 불이 붙었다"거나
"수급이 재료를 압도하는 투기장세의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진단을 내리고
있다.

이런 투기적 장세흐름은 1년에 한번씩은 나타나는 현상이다.

가깝게는 96년 하반기의 주가폭락과 뒤이은 신용매물 정리이후
한보사태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2월 주가가 폭등한 예가 그렇다.

경기 이륙론을 근거로 외국인과 역외펀드의 폭발적인 매수세가 주가에
불을 질렀던 지난해 5~6월의 장세도 요즘과 흡사하다.

최근 장세의 원동력 역시 일반인의 신용매물과 기관의 악성매물이
대대적으로 정리된 데다 올들어 6천억원에 육박하는 외국인의 매수세에
바탕을 두고 있다.

일시적일 것으로 봤던 외국인의 매수세가 일시적인 것이 아닐 것으로
판단되자 기관과 일반이 함께 "사자"에 가세한 것이 활력에 넘친 주가
흐름을 엮어내고 있다.

이런 수급장세는 결국은 엄청난 돌출 악재가 없는 한 주식을 사고 싶은
이가 주식을 다 살때까지 주가가 오르는 속성이 있다.

증권전문가들의 견해도 투자주체들의 움직임, 즉 "인간지표"를 관찰하는
이외에는 다른 설명법이 없다는 식이다.

그러나 이런 수급장세도 끝내는 경제의 근본흐름을 외면하지 못한다.

투자자 각자의 입장에선 최면술에 걸린 대중의 무리에 편승하되 그들이
더이상 주가를 의심하지 않는 낙관론으로 빠져들 무렵 대중의
행진대열에서 과감하게 빠져나오는 것이 최상의 대응법이다.

< 허정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