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꽃은 뭐니뭐니 해도 아리아.

하지만 오페라의 진정한 묘미는 중창에서 찾을 수 있다.

두서너 사람 많게는 여섯사람이 각기 다른 선율로 공통된 마음을
표현하거나 극단적인 대립을 이뤄내는 앙상블은 아리아 못지 않게 감동을
일으킨다.

오페라작곡가의 능력은 중창을 통해 얼마나 극적인 표현을 해내느냐에
달려 있다 해도 지나치지 않다.

"칼라스와 친구들(Callas& Company)" (EMI)과 "꽃의 이중창(Flower Duet)"
(데카)은 오페라중창의 매력을 듬뿍 느낄 수 있는 음반들.

"칼라스와 친구들"은 "불세출의 디바" 마리아 칼라스와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스타들의 화려한 면면을 확인케 한다.

도니제티의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에서 칼라스(루치아)는 테너 탈리아비니
(에드가르도), 바리톤 카푸칠리(엔리코) 등과 그 유명한 6중창 "이순간에
나를 억누르는 것은 누구인가"를 들려준다.

벨리니"노르마"의 사제 노르마는 칼라스가 가장 많은 무대에서 노래했던
역.

테너 코렐리(폴리오니), 메조소프라노 루드비히(아달지자)와 애증어린
3중창 "잔혹하고 비열한 사기로..."를 노래한다.

이어지는 9개의 유명한 장면에서 테너 디 스페티노, 크라우스, 터커,
메조스프라노 코소토, 바르비에리, 바리톤 파네라이, 세레니 등 쟁쟁한
가수의 절창을 들을 수 있다.

음반전체를 휘어잡는 것은 역시 칼라스의 카리스마.

연인의 비난에 흔들리는 마음(루치아), 연인의 동요를 질책하는 강렬함
(노르마),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힘을 쏟는 호소(비올레타), 이별의
안타까움(미미) 등을 풍부하고 세심한 표정으로 전한다.

사후 20년이 지났음에도 "칼라스의 신화"가 사그라들지 않는 이유를
알려주는 음반이다.

"꽃의 이중창"은 소프라노와 메조소프라노의 아름다운 듀엣 12곡을
실었다.

들리브 "라크메"중 "쟈스민 꽃피는 물가", 오펜바흐 "호프만의 이야기"중
"바르카롤레", 훔퍼딩크 "헨젤과 그레텔"중 "나 밤에 잠들 때", 푸치니
"나비부인"중 "꽃의 이중창" 등.

수록곡은 대부분 두 인물의 감정적 일치나 화해를 노래한다.

그래선지 선율엔 서정미가 넘치고 두 인물의 대화엔 정이 가득하다.

소프라노 조안 서덜랜드, 루치아 포프, 다니엘라 데시, 힐데 궤덴,
메조소프라노 마릴린 혼, 헬렌 와츠, 잔 베르베에 등이 짝을 이룬다.

로시니"세미라미데"중 "이 행복한 순간에", 벨리니 "노르마"중 "내
평생동안"을 서덜랜드와 혼의 "황금 듀오"로 만나는 기쁨이 이 음반의
가장 큰 매력이다.

< 송태형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