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강현 <통상산업부 통상무역실장>

통상조직의 분산으로 인한 비효율과 일관성 부족, 대내 정책조정결여,
이에 따른 협상상대국의 불신문제는 더이상 방치할수 없는 상태이다.

잦은 인력이동, 교섭대표 교체 등으로 APEC, OECD 등 다자간 협상에
있어서도 관련부처의 업무중복으로 동일내용에 대해 비슷한 수준의
대응방안을 제시하는 등 전문성의 결여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관계부처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심각히 인식하여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여야 3당은 공통적으로 통상대표부(가칭)설치를
선거공약으로 제시한바 있다.

이런 점에서 통상산업부는 통상총괄업무를 분리하여 총리실 산하에
가칭 "통상교섭처(또는 통상대표부)"를 설치하여 재경원 외무부 통산부의
통상정책조정및 교섭기능을 일원화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새로운 통상조직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주요 논점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첫째 새로운 통상전담기구 신설은 "작은 정부구현"정신에 어긋나지
않는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구현은 조직의 숫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통상전담기구 설립은 새로운 정부기능이나 조직의 신설이 아니라,
각 부처에 산재해 있는 통상교섭 기능과 조직을 통합하자는 것이므로
오히려 정부조직의 축소를 의미한다.

우리경제의 사활문제인 산업과 무역의 주요 이슈를 다루는 경제장관및
통상장관회담에 외무부가 주장하고 있는 차관급인 통상본부장이 참석하는
것은 국익확보 차원에서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장관이 통상문제를 전담할수 있는 여건도 아니다.

한국외교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황장엽 귀순사건" 등 주요 사건발생시
장관의 모든 시간은 이러한 사건해결에 투입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실정인
것이다.

둘째 독립 통상조직은 공세적 통상국가에 적합하며,수세적 통상이
중요한 우리나라의 실정에 맞지 않는다는 것은 잘못된 인식이다.

외교통상부로 통상교섭기능이 일원화될 경우 외교쪽의 입장을 반영하여
우리의 통상정책은 공세적 수세적 입장도 아닌 애매한 상태를 유지할수
밖에 없다.

이러한 결과는 통상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대외신뢰도를 회복하고자
하는 조직개편의 목표를 저버리게 될 것이다.

셋째 통상이슈는 주로 경제문제이며 광범위하고 전문화되는 추세이다.

향후 국제통상 이슈는 새로운 라운드를 포함하여 경제정책과 산업및
무역정책의 핵심사항으로 세계 경제질서의 형성에 관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통상전략 수립과 협상결과는 거시경제정책 산업정책
국내제도및 기업활동과 직결되어 있다.

이러한 문제를 비경제부처인 외무부에서 조정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넷째 재외공관은 해외의 정부기관으로서 통상활동에 대한 협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교통상부 안은 재외공판을 외무부 단일부서의 하부기관으로 배타적
성격을 심화시키는 문제가 있다.

다른 나라들의 재외공관 운영동향을 보면 기업활동 지원의 전위부대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경제공사 또는 상무관실은 경제통상부처의 분명한
지침을 통해 수출증진의 첨병노릇을 하고 있다.

다섯째 외교통상형이 주요국의 일반적 조직형태라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주장이다.

통상조직의 주요 유형으로 별도의 통상조직을 갖고 있는 독립통상형,
산업담당 부서가 통상총괄기능을 담당하는 산업통상형, 외무부가 통상을
담당하는 외교통상형이 있다.

OECD 가입국을 포함한 주요 50개국의 정부조직을 조사한 결과 독립통상형
국가는 미국 중국 이탈리아 등 12개국(24%), 산업통상형은 독일 프랑스 일본
등 27개국(54%)에 달하고 있다.

반면 외교통상형 국가는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등 11개국(22%)에
불과하며, 주로 제조업 비중이 낮거나 자원 수출국으로서 외교를 통한
자원수출에 역점을 두고 있는 나라들이다.

산업과 무역지원의 시너지 효과면에서 산업통상형이 바람직하나 통상의
전문화를 기하고 강력한 정책조정기능을 유지하면서 부처이기주의를
극복하기 위하여는 독립형 통상조직이 최선의 선택이라고 본다.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