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끼방에서 새장으로 ]]

일본내 한국현지법인들은 최근 경비절감을 위해 주재원들에 대한 주택
지원제도에 일제히 메스를 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그동안 회사의 지원으로 신주쿠 등 도쿄시내에서 생활해온
주재원들의 대이동이 시작되고 있다.

"토끼방"처럼 작은 도쿄시내의 전세집 유지도 버거워 이제는 변두리의
"새장"으로 옮기고 있는 것이다.

D그룹재팬에 근무중인 Y씨(차장.37)가 대표적사례.

그는 요즘 이사갈 생각에 머리가 아프다.

Y씨는 올부터 현지에서 엔화로 지급받아온 급여의 35%가 깎였다.

서울본사로부터 지급받아온 수당도 없어졌다.

엎친데덮친격으로 집값까지 지원이 중단되고 말았다.

서울 본사에서 현재 살고 있는 월 24만엔짜리 전세를 본인이 직접
부담하도록 조치한 것이다.

D그룹은 지난해말까지만 해도 직급에 따른 전세비 지원한도를 정해놓고
그 범위안에서 실비로 전세비를 주재원들에게 정산해 주었다.

주택지원 등을 포함, Y의 총수입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현재의 맨션(한국식 아파트)에서는 더이상 생활해 나갈 수가 없을 정도로
수입이 급감한 것이다.

그래서 지출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을 찾느라 연말을 내내 고민하면서
보냈다.

그 첫번째 대책으로 마련된 것이 바로 전세집 옮기기.

Y씨는 우선 예산부터 짰다.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전세비에서 10만엔정도를 절약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라 월 15만엔선의 전세집을 새로 구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이 정도예산으로는 부인과 국민학교에 다니는 아들이 생활하는데
최소한 필요한 방 2개짜리 집을 구하기가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아예 시내에서 좀 떨어져있는 교외로 나가기로 했다.

며칠밤에 걸친 설득끝에 부인으로부터 간신히 이사동의를 받아내기는
했지만 Y씨는 여전히 고민속에 빠져있다.

일본에서 한번 이사한다는게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기때문이다.

이사비가 10만엔 이상을 들어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새로 전세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전세비의 5개월치를
추가로 물어야 한다는 점이다.

일본에서는 전세계약을 맺을 때 집주인에게 주는 2개월치의 레이킨(예금)과
집의 수리 보증 등을 위한 2개월치의 시키킨(부금), 1개월치의 부동산 중개
수수료 등을 내야 한다.

이것저것 감안하면 집을 옮기는 것도 지출감소에 뽀족한 대책이 될 수
없다는게 Y씨의 고민인 것이다.

A재팬에 근무하고 있는 S씨(이사대우)의 경우는 사정이 더욱 딱하다.

S씨는 애들교육 등을 위해 회사에서 지원해주는 월 33만8천엔에다 본인이
일부를 추가로 부담, 시내에 있는 월 35만엔짜리 전세집으로 최근 옮겼었다.

그러나 갑자기 회사지원이 전면 중단되면서 전세비가 가계에 엄청난 부담
요인이 되고만 것이다.

"계약을 위해 1백75만엔이나 지불한 각종수수료가 아까워서라도 집을 당장
옮길 수가 없다"며 생활비절약 교육비감축 등으로 우선 대처해 나가겠다는게
S씨의 설명이다.

< 도쿄 = 김경식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