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당선자는 12일 일산자택에서 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오찬회동을 갖고 경제위기타개노력과 관련해 1시간가량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는 임창열 부총리겸 재경원장관, 자민련 박태준총재
비상경제대책위대표인 자민련 김용환 부총재 유종근 전북지사 박지원
당선자대변인, 그리고 나이스 IMF 실무협상단장 브라운대변인 등이 배석했다.

임부총리는 오전 11시 30분께 도착, 김당선자와 서재에서 별도로 만나
보고했다.

캉드쉬총재는 11시 55분께 도착해 김당선자에게 독대를 요청, 12시부터
15분가량 2층 서재에서 통역 등 배석자없이 단둘이 의견을 교환했다.

다음은 박대변인이 전한 두 사람의 발언요지.

<> 캉드쉬총재 =한국 국민들의 IMF 상황에 대한 인식변화가 있어야겠다.

IMF가 강요하고 있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오해하고 있다.

12월초부터 이 위기를 이겨 나가자고, 또 이것이 번영으로 가는 것이라고
말하면서 나는 한국을 돕고 있다.

한국은 IMF가 오기전부터 개혁으로 나갔어야 했다.

<> 김당선자 =개혁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고 IMF와 적극 협력해야 한다는게 공통된 생각이다.

노동계도 상당수는 IMF요구가 불가피하므로 수용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내일 노동계 지도자와 만나 잘 설득해 달라.

캉드쉬총재가 잘 얘기하면 많은 것을 이해하리라고 본다.

현재 노동계는 쉽게 정리해고제를 양보하려 하지 않는데 이는 기업들에
대해 먼저 개혁을 요구하고 정부로부터 좋은 조건을 얻어내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노동계도 정리해고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캉드쉬총재가 성의있게 얘기하겠지만 답변이 어떻든 노동계는 많은 이해를
하리라고 본다.

<> 캉드쉬총재 =두 노조조직중 한 조직만 당선자를 선거기간중 지지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 김당선자 =어떻게 그런 것까지 알고 있느냐.

(웃음)

어려운 상황이다.

성실한 대화로 고통분담을 이끌어내야 한다.

정부와 기업이 먼저 솔선수범하면 노동계도 성의를 다할 것으로 본다.

대화에 응하지 않는 것은 공정한 방법이 아니라고 본다.

<> 캉드쉬총재 =노.사.정 고통분담에 공감한다.

기업은 어떤 노력을 할 것으로 보는가.

<> 김당선자 =기업은 경영의 투명성을 밝혀야 한다.

노동자들은 기업주가 재산을 숨기고 있다고 본다.

국제적으로도 기업들을 믿으려 하지 않는다.

투명성을 보장해야 한다.

상호지급보증으로 잘되는 기업까지 망하게 해서는 안된다.

상호지급보증은 없어져야 한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 노동자와 국민, 투자자들이 경영내용을 알도록 해야
한다.

기업들은 더이상 문어발식 확장에 매달려서는 안된다.

이익이 안나는 기업들은 정리해야 한다.

경쟁력이 있는 기업만 살려야 한다.

기업의 최대목표는 경쟁력에 둬야 한다.

이런 얘기는 경제5단체장과 만났을 때도 했다.

<> 캉드쉬총재 =당선자의견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4명의 미상원의원으로부터 편지를 받았다.

한국 인도네시아를 도우면 경제가 살아나 경쟁을 어렵게 하므로 돕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 김당선자 =일부에서 그런 얘기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 캉드쉬총재 =IMF 프로그램은 한국을 위해서는 필요한 것이다.

2년이내에 의지를 갖고 극복하면 경제가 안정되고 발전될 것이다.

그러고도 3년의 임기가 남는데 중장기계획은 있는가.

또 어떤 세상이 되는 것을 보고 퇴임하고 싶은가.

<> 김당선자 =우리나라에서 제일 어렵다는 서울대 시험문제보다 더 어렵다.

(폭소)

모든 분야에서 1등을 하기는 어렵지만 목표한 분야에서 경쟁력이 선진국
수준으로 올라가야 한다.

제일 싸고 좋은 제품을 만들어 팔고 또 그런 제품을 우리 소비자에게 주는
것이 목표다.

또 많은 투자를 받아들일 수 있는 "투자의 파라다이스"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교육 문화수준이 높은 우리 국민들은 정보및 첨단산업을 받아들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투자와 수출을 통해 각국과 상호의존속에 발전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북한과도 정경분리원칙속에서 교류하고 협력하기를 바란다.

<> 캉드쉬총재 =북한은 당선자가 취임하기도 전에 비난하고 있는데, 그런
북한과 교류 협력할 수 있는가.

<> 김당선자 =북한은 나에 대한 정책을 아직 조정하지 못한 것 같다.

북한은 IMF사태 등에 고무돼 3~4월에 노동계 파업 등 혼란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당분간 우리를 지켜볼 듯하다.

< 허귀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