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기회로.

연극계는 IMF시대를 오히려 저변확충 계기로 보고 있다.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연극과 영화등 공연산업은 번창했다는 역사의
아이러니가 이러한 인식의 근거다.

벤치마킹 대상은 1930년대 미국의 브로드웨이.

경제대공황으로 실업자가 늘어나고 소득이 줄어들 때 브로드웨이는 불안에
떠는 시민들의 마음을 위로해주는 공연을 계속했다.

주머니가 가벼워져 레저생활을 할수 없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브로드웨이를
찾았고, 미국 연극인들은 풍족해진 자금으로 더 좋은 작품을 제작했다.

현재 세계연극 1번지 브로드웨이의 기반은 이때 다져졌다.

국내에서도 30년대 브로드웨이가 이룩한 "공연문화의 선순환"을
정착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지난해 국내 뮤지컬로는 처음 브로드웨이에 입성, 호평을 받은
"명성황후"가 대표적인 예.

91년말부터 12억여원을 들여 만든 이 작품은 95년말과 지난해 국내공연,
지난해 미국공연에서 30억원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뉴욕과 LA 공연에서 매출 2백50만달러, 순익 50만달러는 무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제작사 에이콤은 이 자금을 바탕으로 2000년 초연할 대형뮤지컬
"몽유도원도" 제작에 착수했다.

세상살이에 지친 사람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할 공연도 잇달아
기획되고 있다.

MBC와 SBS 등 방송국 문화사업팀은 신파극을 복원시킨 무대를 선보였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에서 공연중인 "불표자는 웁니다"와 2월초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되는 "눈물젖은 두만강"이 바로 그 무대.

삼성영상사업단이 4월초 막올리는 가극 "눈물의 여왕"도 클래식한
분위기의 신파극이다.

학생 근로자 등 새로운 관객층을 확보하려는 움직임도 같은 맥락이다.

지난해 학생 단체관람으로 짭잘한 재미를 본 정동극장은 올해 각 사업체
노동조합을 대상으로 단체관람을 권유하는 마케팅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정동극장은 지난해 연말 러시아와 공동제작한 "나무꾼과 선녀"를
하반기 러시아와 동유럽에 수출하기로 해 해외마케팅의 새로운 표본으로
떠올랐다.

대학로 소극장및 소극단들은 레퍼토리 공연을 뿌리내린다는 전략이다.

초기투자비를 최대한 줄이고 당분간 흥행이 보장된 작품만 공연,
재투자비용을 축적하겠다는 계산이다.

산울림의 "고도를 기다리며", 학전의 "지하철1호선", 대학로의 "용띠위에
개띠" 등이 롱런 작품들.

그러나 어수선한 분위기를 틈타 벗기기 등 저질연극이 발흥할 것이란
우려도 나오고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극단들이 돈만을 목적으로 선정적 연극을 대거
공연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이종열 연극협회 사무국장은 ""미란다"같은 저질연극이 등장할 가능성이
예견돼 협회 차원에서 대응방안을 마련중이다"라고 밝혔다.

< 박준동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