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에 대한 국제통화기금(IMF)의 처방이 불과 한달만에 수정됐다.

5% 이내에서 억제될 것으로 보았던 올해 물가상승률은 9%로 올라갔고
경제성장률은 당초 3%에서 1~2% 수준으로 낮아졌다.

상당기간 지속된다고 보았던 경상수지적자는 지난해 11월부터 일찌감치
흑자로 돌아서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IMF가 과연 우리경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에
의구심을 표시하는 시각들이 확산되고 있다.

각국이 처한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채 획일적인 처방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잘못된 처방을 신속하게 바로잡은 것을 두고 타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구제금융지원을 계기로 국내경제운용에 깊숙이 개입해온 IMF가
앞으로도 이같은 실패와 수정을 되풀이 한다면 문제는 심각해 진다.

잘못된 예측과 처방으로 우리경제가 어려워질 경우 결국 그 부담은 우리
국민들의 몫이 되고 만다.

특히 IMF가 고집하고 있는 고금리정책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이 많다.

환율안정을 위해 고금리유지가 불가피하다는 논리였지만 우리 측에서
볼때는 한국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은 "이론적인" 요구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이후 연 30% 안팎의 고금리를 유지해 왔지만 환율은
하향안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IMF의 권고에 따라 고금리정책을 구사해온 태국과 인도네시아는 자국통화가
오히려 대폭락하는 사태를 맞고 있다.

이는 외환수급여건 등 다른 상황이 호전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금리만으로
환율을 끌어내릴 수는 없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환율안정엔 도움을 못주고 금융시장만 경색시켜 기업도산이
속출하고 있다.

고금리정책의 여파는 이미 기업구조조정 촉진과 한계기업 정리의 차원을
넘어서 있다.

멀쩡한 기업까지 흑자도산으로 몰고 가는 상황으로 비화돼 있다.

만약 엄청난 수의 기업들이 도산한 뒤 뒤늦게 고금리정책을 철회한다면
그 책임은 누가 질 것인가.

IMF에 대해 한국경제의 중심이 기업이라는 사실을 보다 강조해야 한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조일훈 < 경제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