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은 우리문화의 뿌리입니다.

최근 다양한 한복들이 선보이고 이를 생활화하려는 노력이 많은 호응을
얻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에 불과합니다"

한복디자이너 그레타리(54.한국의상협회 이사장)씨는 한복패션쇼만 1백여회
연 장인정신의 소유자다.

"한복의 특징은 다양함입니다.

왕족에서 양반 서민 천민의 옷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입니다.

한벌 한벌을 만들면서 각각의 아름다움과 개성에 갈수록 놀라고 있습니다"

그레타리씨가 한복에 매료된 것은 한복패션쇼를 처음 보고나서였다.

중앙대 연극영화과를 졸업한 뒤 우연히 세종대에서 고종황제패션쇼를
보다가 한복의 우아함에 눈뜨게 됐다는 것.

그뒤 석주선 박사를 만나 궁중의상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됐다.

"몇차례 그만둘까도 생각했지만 한복의 매력에 빠진데다 옛것을 바탕으로
오늘의 내 작품을 완성한다는 책임의식때문에 계속했습니다"

그가 만드는 것은 주로 고풍스러운 전통의상.

홍원삼 연두당의 결혼예복 등 옛것을 복원하는데 역점을 두고 있다.

가짓수가 많은 만큼 아직 만들지 못한 한복도 많다.

어린아이 돌복 등이 대표적인 예.

그는 미국 일본 유럽 남미 러시아 호주 등 거의 전세계에서 한복패션쇼를
열었다.

첫 해외나들이는 72년 뮌헨올림픽 때.

이 올림픽에 참가한 한국선수단의 의상디자인을 맡았다.

"지금 보면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러나 당시엔 해외에 나간다는 기분에 많이 들떴죠"

이후 76년 미국독립 2백주년 기념공연에 참가한 한국 대표단의 의상을
디자인했으며, 84년에는 미국 LA에서 열린 코리아엑스포에 참가, 의상
발표회를 가졌다.

85년 서울예술단의 평양공연때 함께 방문, 단원들의 공연복을 돌봤고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 매스게임용 의상을 디자인했다.

수상경력도 화려하다.

81년 뉴욕에서 열린 미스유니버스대회와 87년 일본에서 열린 미스원더랜드
대회에서 민속의상상을 각각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민속박물관에서 개최한 "한복 그 여유와 생명력"전에 참가했고,
미국 LA에서 패션쇼를 열었다.

지난 11월에는 우리옷만들기 30년을 기념, 서울 호텔롯데에서 대규모
패션쇼를 개최해 조선초기와 후기의 예복과 민속복 사계절 우리옷을 선보여
갈채를 받았다.

올해 목표는 해외에 한복을 수출하는 것이다.

"10여년전 미국 LA에 가게를 냈다가 지진이 나는 바람에 문을 닫았습니다.

올해 다시 진출할 계획입니다"

한국의상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는만큼 협회 차원에서 한복의상공모전을
개최하는 등 신진디자이너 발굴에도 힘쓸 계획이다.

현재 경희대와 강원대에 출강, 후진 양성에 힘을 기울이고 있다.

"한복제조업체가 늘어나고 다양한 형태의 한복이 나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그에 앞서 전통한복에 대한 연구가 이뤄져야 합니다.

철저한 고증이 선행돼야 하는 것도 물론입니다"

< 오춘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