뺨을 풍선처럼 부풀렸다가 바람빼듯 허물어뜨리고 팔다리를 자유자재로
흔드는 몸짓, 튀어나올 듯 왕방울처럼 커졌다가 이내 움츠러드는 눈, 거의
마임에 가까운 간결한 대사...

"빈(Bean)"은 우스운 표정과 제스처에 의존해 웃음을 만들어내고 가족과
사랑의 중요성을 역설한다는 점에서 지극히 고전적인 코미디 영화다.

특히 찰리 채플린 영화와 여러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양쪽 모두 주인공은 어리숙하고 실수를 잘 저지르지만 고운 마음씨를
가졌고 때로는 휴머니스트의 면모를 극적으로 발휘한다.

또 주변사람들은 그로 인해 화합하고 행복해진다.

영국의 대표적인 코미디배우인 주인공 로완 아킨슨(빈) 스스로도
"채플린을 닮고 싶다"고 말한다고 한다.

영국 왕립미술관 직원인 주인공 빈은 회사에서 눈총받는 존재.

그를 쫓아내려는 주변의 공모에 의해 빈은 중요한 미술품의 호송을 맡아
미국으로 떠난다.

영문도 모르고 즐겁게 떠나는 그를 기다리는 것은 불법무기 소지자로
오인받아 생긴 공항에서의 대소동과 관계자들의 냉대.

영국에서보다 하나도 나아진 게 없다.

게다가 미국의 전시관에서는 중요한 그림에 대고 재채기를 하고
수습하겠다고 휴지로 닦다가 완전히 망쳐버리기까지 한다.

상상할수 있다는 최악의 상황이다.

그러나 빈은 재치있게 위기를 넘기고 한가족의 평화까지 가져다 준 뒤
영국으로 돌아온다.

미국에서 망친 그림대신 포스터를 붙여두고 원본은 영국으로 가져온다는
설정에서는 유럽인의 은근한 미국 얕보기가 느껴진다.

"빈"은 원래 89년 시작된 영국 BBC방송의 코미디시리즈.

당시 시청율 60%라는 높은 인기를 발판으로 97년 영화화됐으며 미국
개봉 때는 "스타쉽 트루퍼즈"에 이어 흥행 2위를 차지했다.

이 고전적 내용의 판토마임성 코미디에 우리 관객이 얼마나 호흥할지
궁금하다.

10일 개봉.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