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쌓인 얼음의 골짜기 아래로
흘러가는 찬 물 소리,

어쩌면 내 삶은
말 못하는 짐승 같은 것으로 다시
태어날지 몰라, 중얼거리면서

속이 훤히 비치는 물 소리에 기대어
마음은 오래 묵은 흙처럼
착해지고

떨어진 황혼의 깃털 하나에도
절하고 싶은 것을.

시집 "오래 비어있는 길"에서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