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의 운명이 어떻게 될것인가.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이미 결정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부는 2월중 은행감독원에 "감자명령권"을 부여키로 했다.

은감원은 두 은행에 즉시 감자를 명령할 방침이다.

그렇게되면 두 은행의 기존 주주들은 일정지분을 무상소각 당한다.

정부는 그후 두 은행에 각각 1조1천8백억원을 현물출자할 예정이다.

정부가 대주주로 부상하는 셈이다.

이후 정부는 보유지분을 조속히 매각한다는 스케줄을 잡고 있다.

매각방법은 공개경쟁입찰이 유력하다.

현재 제일은행에 대해선 미국계 시티은행이, 서울은행에 대해선 미국계
체이스맨해튼은행과 영국계 홍콩상하이은행이 각각 깊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미국은행은 이미 상당한 정도로 시장분석을 끝마친 것으로 알려져
감자와 정부출자만 이뤄지면 매입할 준비가 돼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결국 빠르면 오는 3월안에 제일은행과 서울은행은 외국계은행(엄밀한
의미에서는 합작은행)으로 간판을 바꿔달게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3월말까지 모든 은행에 대한 자산부채실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자산부채실사결과 BIS(국제결제은행)기준 자기자본비율이 8%에 미치지
못하는 은행에 대해선 5월15일까지 자본확충계획서를 제출받을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6월말까지 모든 은행을 A,B,C등 세등급으로 분류하게 된다.

만일 C등급을 받는 은행은 업무양도 인수합병(M&A)을 포함한 자구계획을
명령받게 된다.

이 결과에 따라 은행의 운명이 판가름나게 된다.

따라서 BIS비율이 8%에 미치지 못하거나 부실여신이 많아 자산건전성이
크게 훼손된 은행이 우선적인 정리대상이 될게 분명하다.

지난해 9월말 현재 부실여신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제일은행으로
16.7%에 달한다.

이어서 <>서울 15.1% <>제주 14.8% <>충청 11.6% <>전북 10.5% <>대구
경기 각각 7.7%순이다.

이와 관계없이 자발적인 인수합병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관련해 금융계에 떠도는 시나리오는 많다.

한국기업평가는 어떤 상황에서든 살아남을수 있는 은행으로 조흥 신한
국민 등 3개은행을 꼽았다.

이들 은행이 합병주체가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들 은행은 부실은행이나 후발은행, 또는 지방은행을 흡수합병할수있는
여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이밖에 재무구조가 건실한 한일 외환 주택은행과 장기신용 하나 기업
산업은행 등도 합병주체로 꼽히고 있다.

강력한 선도은행을 탄생시킨다는 의미에서 외환업무에 노하우가 있는
외환은행과 소매금융이 탁월한 국민은행의 합병설은 그동안 꾸준히
나돌았던 시나리오다.

또 도매금융에 우월적 지위를 점하고 있는 산업 장기신용은행이
후발은행과 부실은행을 흡수할 것이란 얘기도 그럴듯하다.

< 하영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