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커니 보고서] 'IMF 시대의 대기업 문제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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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리스트럭처링에 있어 IMF는 인프라 리스트럭처링 및 관계
(relationship)리스트럭처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인프라 리스트럭처링은 재벌의 사업구조에 관한 것이고 여러가지
항목이 이에 해당한다.
물리적 자산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무형 자산도 포함된다.
관계 리스트럭처링은 벤더,경쟁업체,고객등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으로서 사업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더 큰 의미의 변화를 뜻한다.
국내 30대 재벌을 보면 각각의 재벌들마다 벤더(협력업체)들이 종속되어
있다.
다시말해 이들 벤더가 법적으로는 독립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그들의 장래는 재벌의 정책 및 사업 방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산업이 특정 업체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용되고
자유경쟁은 매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중요성을 띠는 이유는 세계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경쟁력이란 재벌의 존재로 인해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
다시말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제품 자체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재벌 기업에 속한다는 이유로 직.간접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결과이다.
결국 해외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벌의 보호막이 걷히게
되면 이런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인프라 리스트럭처링이 필요하다.
인프라 리스트럭처링은 아웃 소싱과 큰 연관이 있다.
재벌이 아웃 소싱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보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질문을 연상케한다.
30대 재벌은 아웃소싱을 하고 싶어도 마음 놓고 맡길 적당한 기업이 없어
도저히 아웃 소싱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재벌들은 계열사들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는데
그들의 모순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때 아웃소싱의 효과는 상당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벌들은 아웃 소싱의 효과를 불신하고 있다.
IT(Information Technology)및 컴퓨터 시장을 보자.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IT시장이다.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IT시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기업이나 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IT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국내 재벌이 IT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재벌들이 IT계열사를 통해 침투하는 시장은 한계가 있다.
SDS를 보자.
삼성SDS의 최대 고객은 삼성 그룹 계열사이다.
삼성 계열사를 제외한다면 삼성SDS의 고객은 정부와 몇몇 협력업체들
뿐이다.
현대정보통신이 있는 한 삼성SDS가 현대에 침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재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재벌 계열사인 IT 기업이 IT를 개발할 때는 그 그룹의 상황에 맞추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는 활용할 수 없다.
반면 EDS와 CSC같은 IT업체는 모든 기업을 고객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구조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재벌이 진출할
수 있는 IT시장은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또한 SDS나 다른 재벌 계열의 IT업체가 지금의 종속적 구조로 해외 기업을
결코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룹 내 IT개발 경험을 살려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만약 이 상태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간 결국 "우물안의 개구리"였다는
사실만 뼈아프게 깨닫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바로 현재 그룹의 기능부서 역할을 하고 계열사에 대한
그룹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중단, 이 기업의 자립을 추진함과 동시에 해당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아웃소싱 대상으로는 IT뿐만 아니라 보험 광고 물류등
여러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K그룹은 자동차 계열사중 한 부서에서 안전벨트를 생산한다.
그러나 1년에 3백50만개를 생산해내는 TRW안전벨트를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품질도 훨씬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K그룹의 재정적 지원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핵심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비핵심 사업으로 흐러들어가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재벌의 현주소이다.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원가 감축 때문이다.
오늘날 재벌의 아웃소싱 추세를 살펴보면 그룹내 계열사들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으로 원가가 감축되기는 커녕
더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웃소싱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필요한 기능을 독립적인
기업에 아웃소싱하려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선 계열사를 설립하여 해결하려는
재벌의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이렇게 해서 설립된 기업들은 재벌의 보호막에 쌓여 그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기업은 아웃 소싱은 기업의 통제력에 금이 간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보다 훨씬 많은 특허권및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기업도 아웃소싱을 하면서 이와 관련해 아무런 문제에도 부딪치지
않고 잘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유독 한국 기업이 이같은 우려 때문에 아웃 소싱을 꺼려한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몇몇 국수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아웃 소싱은 그저 해외 기업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 직접 투자야말로 국내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고용을 창출하고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의 재벌 구조로는 더이상 한국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당장 아웃 소싱을 한다고 가정할 때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분야는 물류,
보수유지, 부품관련 사업, 정보 기술, 고객 서비스 센터 등이다.
이 부문이 기업의 총원가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이 부문을 먼저 아웃 소싱하고 향후 2년이내에 다른 기능도
단계적으로 아웃 소싱한다면 재벌은 상당한 체질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리스트럭처링의 관점에서 볼때 한국기업의 장기적 해결책은 산업구조개편
혹은 엔터프라이스 리스트럭처링이다.
엔터프라이스 리스트럭처링은 미국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EU및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떤 기업이나 "사고 만들고 팔고 운반하고"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이론적으로 볼때 이 카테고리(가치 사슬)에 속하는 기업들의 마진을 모두
합치면 물건의 가격과 같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의 마진을 모두 더해보면 75%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25%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엔터프라이스 비효율(enterprise
inefficiency)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달시 파손,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판매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품 등이 해당된다.
한국의 경우 수송에 드는 비용이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ECR(Efficient Consumer Resuorce)가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ECR는 가치 사슬을 간소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새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다면 ECR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두번째 해답은 수평적 조직 통합, 공동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산업 풀링
(industry pooling)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아웃소싱과 어떤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산업지식을 공동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좋은 예가 바로 공동 R&D 공동투자 공동물류등이다.
국내 재벌은 다른 기업과 협력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하려는
성향이 짙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장 상황에서는 독불장군처럼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국내 재벌들은 협력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과 제휴를 맺기
보다는 외국 기업과 손잡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사소한 예로 물류 창고를 공유하는 문제만해도 그렇다.
기업들 간에 창고를 공유하는 것도 원가절감의 방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재벌은 다른 업체들이 자사의 재고 수준을 훤히 꿰뚫게
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타 기업의 재고 수준을 알고 있다고 해서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여러가지 고정 관념 때문에 국내 재벌들은 산업 풀링을 통한 원가
감축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가 공단이다.
국내 공단은 주로 산업별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들어 울산은 석유화학단지, 안산은 반도체 단지 등이다.
미국은 이와같은 산업단지에서 공동창고및 공동유지보수 기능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유지보수를 혼자 힘으로 한다고 해서 경쟁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기업이 유지보수기능을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사의 경우 지난 3년간 유지보수인력을 15%가량 줄였다.
그러나 풀링 개념을 도입했더라면 이보다 더 큰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같은 예는 수없이 많다.
현재의 재벌 구조로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구조를 고집하다보면 결과는 공멸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향후 2년동안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차원에서 벤더및 공급업체 관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동시에 풀링 개념을 활용, 다른 기업들과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이 일은 정부와 재벌들이 힘을 합쳐 함께 해 나가야 할 일이다.
이성용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
(relationship)리스트럭처링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인프라 리스트럭처링은 재벌의 사업구조에 관한 것이고 여러가지
항목이 이에 해당한다.
물리적 자산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지만 무형 자산도 포함된다.
관계 리스트럭처링은 벤더,경쟁업체,고객등과의 관계를 재조정하는
것으로서 사업 구조를 바꾸는 것보다 더 큰 의미의 변화를 뜻한다.
국내 30대 재벌을 보면 각각의 재벌들마다 벤더(협력업체)들이 종속되어
있다.
다시말해 이들 벤더가 법적으로는 독립적인 기업이라 할지라도 사실상
그들의 장래는 재벌의 정책 및 사업 방향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대부분의 산업이 특정 업체에 의해 독점적으로 운용되고
자유경쟁은 매우 힘든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러한 사실이 중요성을 띠는 이유는 세계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국내에서 어느 정도 위치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한국에서 경쟁력이란 재벌의 존재로 인해 왜곡되게 나타나고 있다.
다시말해 제품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은 제품 자체가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기보다는 재벌 기업에 속한다는 이유로 직.간접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결과이다.
결국 해외 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재벌의 보호막이 걷히게
되면 이런 기업들은 큰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다.
이러한 사태를 막기 위해서 인프라 리스트럭처링이 필요하다.
인프라 리스트럭처링은 아웃 소싱과 큰 연관이 있다.
재벌이 아웃 소싱을 하지 않고 있는 이유를 보면 마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하는 질문을 연상케한다.
30대 재벌은 아웃소싱을 하고 싶어도 마음 놓고 맡길 적당한 기업이 없어
도저히 아웃 소싱을 할 수 없다고 말한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재벌들은 계열사들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다는데
그들의 모순이 있는 것이다.
그동안의 경험으로 볼때 아웃소싱의 효과는 상당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재벌들은 아웃 소싱의 효과를 불신하고 있다.
IT(Information Technology)및 컴퓨터 시장을 보자.
한국은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IT시장이다.
개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IT시장도 무시할 수 없을 만큼 크지만
기업이나 산업을 주 고객으로 하는 IT시장의 규모는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이다.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에 모든 국내 재벌이 IT계열사를 보유하고 있거나
앞으로 진출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재벌들이 IT계열사를 통해 침투하는 시장은 한계가 있다.
SDS를 보자.
삼성SDS의 최대 고객은 삼성 그룹 계열사이다.
삼성 계열사를 제외한다면 삼성SDS의 고객은 정부와 몇몇 협력업체들
뿐이다.
현대정보통신이 있는 한 삼성SDS가 현대에 침투한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이런 상황은 다른 재벌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재벌 계열사인 IT 기업이 IT를 개발할 때는 그 그룹의 상황에 맞추기
때문에 다른 기업에는 활용할 수 없다.
반면 EDS와 CSC같은 IT업체는 모든 기업을 고객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할 때 현재의 구조를 유지한다는 가정하에 재벌이 진출할
수 있는 IT시장은 겉으로 보기보다 훨씬 규모가 작다는 것이다.
또한 SDS나 다른 재벌 계열의 IT업체가 지금의 종속적 구조로 해외 기업을
결코 따라잡을 수는 없다.
그룹 내 IT개발 경험을 살려 해외 시장에 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만약 이 상태로 세계 시장에 진출했다간 결국 "우물안의 개구리"였다는
사실만 뼈아프게 깨닫고 돌아오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 해답은 바로 현재 그룹의 기능부서 역할을 하고 계열사에 대한
그룹차원의 재정적 지원을 중단, 이 기업의 자립을 추진함과 동시에 해당
기능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아웃소싱 대상으로는 IT뿐만 아니라 보험 광고 물류등
여러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K그룹은 자동차 계열사중 한 부서에서 안전벨트를 생산한다.
그러나 1년에 3백50만개를 생산해내는 TRW안전벨트를 결코 따라 잡을 수
없다.
값이 문제가 아니라 품질도 훨씬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결국 K그룹의 재정적 지원이 계속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핵심 사업에서 벌어들인 돈이 비핵심 사업으로 흐러들어가는
비정상적인 상태가 지속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오늘날 재벌의 현주소이다.
아웃소싱을 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원가 감축 때문이다.
오늘날 재벌의 아웃소싱 추세를 살펴보면 그룹내 계열사들에 아웃소싱을
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으로 원가가 감축되기는 커녕
더 늘어나는 경우가 많다.
결국 아웃소싱이 제대로 되고 있지 않은 이유는 필요한 기능을 독립적인
기업에 아웃소싱하려고 생각하기 보다는 우선 계열사를 설립하여 해결하려는
재벌의 잘못된 시각에서 비롯되었다.
이렇게 해서 설립된 기업들은 재벌의 보호막에 쌓여 그들의 재정적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기 때문에 제대로 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몇몇 기업은 아웃 소싱은 기업의 통제력에 금이 간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그러나 국내 기업보다 훨씬 많은 특허권및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외국기업도 아웃소싱을 하면서 이와 관련해 아무런 문제에도 부딪치지
않고 잘해나가고 있다.
따라서 유독 한국 기업이 이같은 우려 때문에 아웃 소싱을 꺼려한다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다.
몇몇 국수주의적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아웃 소싱은 그저 해외 기업이
한국시장에 진출하는 발판을 마련해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외국인 직접 투자야말로 국내 경제가 필요로 하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는 고용을 창출하고 경쟁력 강화의 기회를 제공한다.
현재의 재벌 구조로는 더이상 한국경제를 지탱해 나갈 수 없다는 것은
명백하다.
당장 아웃 소싱을 한다고 가정할 때 그 대상이 될 수 있는 분야는 물류,
보수유지, 부품관련 사업, 정보 기술, 고객 서비스 센터 등이다.
이 부문이 기업의 총원가 구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상당히 크다.
따라서 이 부문을 먼저 아웃 소싱하고 향후 2년이내에 다른 기능도
단계적으로 아웃 소싱한다면 재벌은 상당한 체질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리스트럭처링의 관점에서 볼때 한국기업의 장기적 해결책은 산업구조개편
혹은 엔터프라이스 리스트럭처링이다.
엔터프라이스 리스트럭처링은 미국에서 유래된 개념으로 EU및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어떤 기업이나 "사고 만들고 팔고 운반하고"라는 카테고리에 포함된다.
이론적으로 볼때 이 카테고리(가치 사슬)에 속하는 기업들의 마진을 모두
합치면 물건의 가격과 같아야 한다.
그러나 실제로 이들의 마진을 모두 더해보면 75%밖에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나머지 25%는 어디로 간 것일까.
이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엔터프라이스 비효율(enterprise
inefficiency)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배달시 파손, 잘못된 예측으로 인해 판매할 수 없게 되어버린
상품 등이 해당된다.
한국의 경우 수송에 드는 비용이 상당히 크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효율을 제거할 수 있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바로 ECR(Efficient Consumer Resuorce)가 이에 대한 해답이 될 수 있다.
ECR는 가치 사슬을 간소화함으로써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다.
새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치를 취한다면 ECR개념을 도입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두번째 해답은 수평적 조직 통합, 공동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산업 풀링
(industry pooling)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다.
아웃소싱과 어떤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산업지식을 공동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이 좋은 예가 바로 공동 R&D 공동투자 공동물류등이다.
국내 재벌은 다른 기업과 협력하기 보다는 모든 것을 독자적으로 하려는
성향이 짙다.
그러나 오늘날의 시장 상황에서는 독불장군처럼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려고
해서는 결코 성공할 수가 없다.
그런데 국내 재벌들은 협력한다 하더라도 국내 기업과 제휴를 맺기
보다는 외국 기업과 손잡는 것을 더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아주 사소한 예로 물류 창고를 공유하는 문제만해도 그렇다.
기업들 간에 창고를 공유하는 것도 원가절감의 방법이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몇몇 재벌은 다른 업체들이 자사의 재고 수준을 훤히 꿰뚫게
될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타 기업의 재고 수준을 알고 있다고 해서 경쟁력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결국 여러가지 고정 관념 때문에 국내 재벌들은 산업 풀링을 통한 원가
감축의 기회를 놓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의 예가 공단이다.
국내 공단은 주로 산업별로 구성되어 있다.
예를들어 울산은 석유화학단지, 안산은 반도체 단지 등이다.
미국은 이와같은 산업단지에서 공동창고및 공동유지보수 기능이 활발히
이루어진다.
유지보수를 혼자 힘으로 한다고 해서 경쟁력을 얻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모든 기업이 유지보수기능을 스스로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S사의 경우 지난 3년간 유지보수인력을 15%가량 줄였다.
그러나 풀링 개념을 도입했더라면 이보다 더 큰 절감 효과를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이와같은 예는 수없이 많다.
현재의 재벌 구조로는 지금의 위기 상황을 해결할 수 없다는데 대부분의
사람이 인식을 같이 하고 있다.
결국 현재의 구조를 고집하다보면 결과는 공멸로 이어질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서는 향후 2년동안 과감한 개혁이 필요하다.
기업차원에서 벤더및 공급업체 관리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패러다임
변화를 추구해야 하며 동시에 풀링 개념을 활용, 다른 기업들과 자원을
공유해야 한다.
이 일은 정부와 재벌들이 힘을 합쳐 함께 해 나가야 할 일이다.
이성용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