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개장될 외환시장의 환율 동향이 비상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날 외환시장에서 결정될 31일의 매매기준가격이 기업등 달러 수요자들은
물론 은행등 금융기관들의 일년장사를 가름하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이날 결정되는 달러가격으로 환차손등 회계정리를 해야 하고
은행들은 이날의 환율로 BIS비율을 계산하게 된다.

환차손이나 BIS비율은 요즘같은 때는 해당업체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금융기관들과 기업 모두 극도로 긴장해 있다.

당장 연말연시의 수출입물량을 관리해야 하는 무역업체들도 이날의 환율
동향에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달러 투기세력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잘만하면 연말연시의 며칠동안 엄청난 투기이익을 올릴수 있어서다.

외환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인위적인 가격조작이 있을 것이라는 풍문이
나돌고 기업들은 연말과 연시의 원달러 움직임을 놓고 매매전략 수립에
부심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말 1천3백원, 연초 1천7백원을 예상하는 분석들이 나돌고
있다.

<>왜 30일인가 = 올해 원.달러 환율 최고치는 매매기준율(하루전날 시장
에서 거래된 달러화 환율의 가중평균) 기준으로 지난 23일의 1천9백64원80전.

지난해말(8백84원20전)대비 상승률이 2백22.2%나 된다.

1달러를 살때 들어가는 원화금액이 2.2배나 된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미 기업들은 엄청난 환차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12월 결산 기업들의 장부정리는 모두 31일의 매매기준 가격으로 확정
된다.

이날의 환율이 수백원이상 폭등락을 거듭할 경우 1년 당기순이익 전체의
이익 손실여부가 이날 하루의 거래로 결정이 된다.

금융기관들도 마찬가지다.

IMF(국제통화기금) 자금지원 이후 금융기관의 생사를 가르고 있는 BIS비율도
원달러 시세에 큰 영향을 받는다.

금융기관의 외화대출은 위험가중자산으로 잡히는데 환율이 높아지면 위험
가중자산이 커지고 그만큼 BIS비율이 낮아진다.

현재 은행들의 외화대출 규모를 감안하면 환율이 1백원 오르면 BIS비율이
0.1%포인트 떨어지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으로 추정된다.

문제는 결산때 적용하는 97년 환율로 외환시장이 마지막으로 열리는 31일의
매매기준율이 적용되고 이기준율은 30일 외환시장에서 거래된 원.달러 환율
의 가중평균치로 계산된다는 점이다.

<>공방전 예상되는 30일 외환시장 = 금융계는 연말환율이 갖는 의미에 비춰
이날 외환시장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은행권에서 대량 매매를 통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끌어내릴 가능성이 있다.

미리 가격을 약정하고 대량 거래를 통해 가격을 끌어내리는 것은 분명
불공정한 거래지만 외환시장에서는 대량거래로 가격을 끌어내릴 은행까지
지정되었다는 등의 시나리오설도 나도는 상황이다.

그러나 저가물량을 확보하려는 달러 투기세력이 존재한다면 은행들의
원달러 환율 끌어내리기 전략은 무위로 돌아가고 물량만 빼았길 가능성도
있다.

기업들 사이에서는 "30일이 달러를 싸게 확보할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등의 그럴싸한 주장이 나돌고 있다.

어떻든 일부 외환 전문가들은 이같은 매매공방의 결과 연말 한율은 달러당
1천3백원선에서 형성된 다음 연초에 들어가면 바로 1천7백원선으로 다시
폭등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 박기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