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환율이 한때 2천원을 넘는 등 외환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국제통화기금 지원이후에도 금융산업 구조조정 지연으로 전체 국내
금융기관의 신인도 회복이 이뤄지지 않는데다 무디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가 잇따라 해외신용등급을 추가로 낮추는 등 해외차입여건이 갈수록 악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경제원은 국내 지점을 둔 외국금융기관의 국내 금융기관 대출금에
대한 만기연장에 기대를 걸었으나 이날 회의결과 추후 재논의하자는 결론만
내려 절망감과 무력감을 느끼고 있다.

해외 10개 은행의 신디케이트론에 의한 1백억달러 규모의 협조융자는
빨라야 내년초에나 가능할 전망이어서 언제쯤 외자조달난이 해결될지 확실할
수 없는 상태다.

<>외자 수요와 공급=임창열 경제부총리는 김대중 당선자에게 연말까지
가용외환보유고가 10억달러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뒤
외환부도론이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재경원은 아직까지도 현재의 외환시세 급등은 막연한 불안감에 따른
투기적인 요인이 개입한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와관련, 재경원관계자는 "이달들어 만기도래액이 26억달러로 두번째로
많았던 지난 22일 외환보유고를 빌려 금융기관이 결제한 금액이 9억달러에
그쳤다"며 "만기연장비율(롤오버)이 10%밖에 안된다는 것은 잘못된 분석"
이라고 해명했다.

금융계에서는 지난 16일이후 이달말까지 만기도래분은 대략 1백48억달러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반해 지난 18일까지 IMF로부터 90억달러가 유입된데 이어 빠르면
24일중 IBRD와 ADB로부터 각각 30억달러, 20억달러가 국내에 지원될 예정
이다.

재경원은 국내 금융기관의 외자부도를 막기위해 상환액의 1백%까지 외환
보유고를 빌려 주었으나 지난 18일이후에는 50%라는 상한선을 설정, 운용
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순외환보유고가 64억달러 수준인데다 은행마다 해외에서 운용
하는 외화자산을 매각하거나 해외금융기관으로부터 결사적으로 상환연장을
촉구하고 있어 연말까지 외채를 갚지못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경원은 한국의 가용 외환보유고가 금년말 1백75억달러정도로 늘어나게
되며 이를 통해 국내 금융기관이 연내 상환해야 할 단기부채 최고 규모인
1백63억달러를 충당하고 남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전망=그러나 내년 1월에는 상황이 더욱 심각해질 수 있다.

외부지원은 IMF의 20억달러와 ADB의 10억달러만 계획돼 있다.

지난 9월 현재 현지금융등을 포함한 한국의 총외채가 2천2백억달러에 달하는
만큼 단기외채를 상당부분 갚아다고 해도 상환부담은 급격히 줄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

일부에서는 1월중 1백억달러 안팎을 갚아야 하는 만큼 외자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렇지만 재경원은 12월들어서도 무역외수지조차 흑자를 보이는 등 경상
수지가 흑자를 내고 있는 만큼 실물부문에서 달러가 들어오면 금융부문으로
흘러 들어갈 급한 외환위기를 끌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채권시장개방의 효과도 내년초부터 나타날수 있다.

이 경우 한국의대외신용등급도 상승, 신규차입이 가능해지면서 외자조달난
이 상당부분 해소될수 있다.

한국이 대외결제를 하지 못할 정도로 외환사정이 악화되면 외국에서도
방관할수만은 없다.

이에따라 벌칙금리가 더욱 높아지더라도 IMF및 IBRD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기지원받거나 일본 미국 등으로부터 융자시기를 앞당길수 있다.

결국 천신만고끝에 국내 금융기관이 대외적으로 부도처리되는 최악의
상황은 모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최승욱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