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을 축소개편해야 한다는 데는 이제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것같다.

또 그것이 새 대통령의 임기초에 단행돼야 한다는 데도 대체적인 인식이
모아진 듯하다.

김대중 대통령당선자 진영이 취임전까지 정부조직개편안을 마련한다는
목표 아래 정부 각부처의 기능과 역할을 종합적으로 파악하기 위한 작업에
들어갔다는 것은 바로 그런 점에서 당연한 귀결이고, 또 기대할 만한 일이다.

우리는 정부조직 개편이 글자그대로 제로 베이스에서, 조직을 새로 짜는
차원에서 대폭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본다.

계속 정부에서 맡아야 할 기능과 역할이 무엇인지 전면적인 재점검이
선행돼야할 것이고, 효율지상주의의 철학을 바탕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IMF한파라는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모두가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이
긴요하다고 볼때 정부에서 먼저 고통을 분담한다는 자세를 보여야 하고,
그 구체적인 행위가 조직개편을 통해 공무원을 대폭 줄이는 것으로 나타나야
한다.

간판만 바꾸어 달거나, 이쪽 사람을 저쪽으로 옮기는 식을 또 답습해선
안된다.

우리가 특히 관심을 갖는 것은 경제행정조직 개편이다.

재경원 기능을 어떤 형식으로든 축소.재정립해야 한다는 데는 누구도
이론이 없을 것이다.

그러나 그 방법론은 여러가지로 다를수 있다.

현안과제인 금융개혁과도 함께 생각해봐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만약 금융감독원을 총리직속으로 하고 예산실도 총리실로 이관시키면서
재경원에 금융업무는 그대로 둔다면 이는 자칫 총리실의 이상비대와
금융행정의 중복에 따른 비효율을 견과할 우려가 크다.

예산 세제 국고업무 등을 재정부로 묶고 금융은 별도기구로 독립시키는
방안이 오히려 효율적이라고 본다.

금융감독기능을 정부로 일원화한다면 재경원의 금융업무도 함께 묶어
금융감독청을 신설하고 통화관리는 중앙은행으로 완전히 넘기는게 옳다.

중소기업청을 승격시켜 중소기업진흥이 이루어질수 있다면 부가 아니라
원으로라도 위상을 올려야 겠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하고 싶다.

중소기업지원은 어떠한 경우에도 산업정책의 일환이라는 범주를 벗어날
수 없고, 거시경제정책 이외의 별도 산업정책이라는게 갈수록 존재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여건이란 점을 감안하면 얘기는 전혀 달라진다.

현재의 중소기업청도 통산부에 흡수, 없애는 것이 옳다.

통상업무를 전담할 새로운 부서신설도 바람직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통상전담부서가 신설되더라도 금융시장 개방요구는 금융관련 부서가,
자동차문제는 산업관련 부서에서 맡아 처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

백보를 양보해서 통상외교 창구를 일원화할 필요가 있고 그것이
가능하다면, 외무부가 그 역할을 맡으면 된다.

외교의 중심이 대유엔 외교에서 경제외교로 옮겨지는 것이 시대적인
필연이고 보면 외무부가 이 일을 해야지 왜 또다른 기구가 필요한가.

우리는 여성부신설도 중소기업청 격상이나 통상전담부서 신설을 반대하는
것과 똑같은 이유로 반대한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은 글자 그대로 작은 정부의 실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3일자).